더럽게 우울했던 2020년이 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 조차 주위에 건네지 못하고 2021년을 맞이했다. 재택 근무 때문이긴 했지만, 누구에게 덕담 따위 건네기 싫은 참이기도 했다. 일 년 내내 감정이 들쭉날쭉 이었다. 어떤 달은 의욕에 불타올라 세상만사에 대해 써 갈기다가 몇 달 동안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지도 못했다. 노트북에 먼지가 쌓였다. 그리고 다시 새해다.
오늘 조수석에 9살짜리 딸 은수를 태우고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을 하던 중에 울컥했다. 플레이 리스트는 9살의 취향으로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Oh try try try try Just to what is right You'll fly so high Let go of the brakes Be who you are Be yourself cause your power is on When you believe in what you've got You know you're perfect just be who you are -Try (영화 '쿵푸 팬더 3' OST)
황당하게도 쿵푸 팬더 '포' 때문에 눈물이 났다. 저 가사를 듣는데 '나도 포처럼 능력을 발견하고 싶다. 아니다. 능력이 있든지 말든지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내 안에 온갖 브레이크를 내려놓고 싶다. 솔직하게 쓰고 싶다. 그런데 솔직하면 모두가 날 싫어할 것 같다. 솔직하기에 내가 너무 하찮다' 이런 상념들이 스쳤고, 입 밖으로 이 생각들을 외치며 엉엉 울고 싶었다.
노래를 몇 번 더 들으며 내 마음이 오랜만에 격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으로 엉뚱한 기분이 들면서 후련했다. 그러면서 작년 내내,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잃었던 생기가 돌아왔음을 몸으로 느꼈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2017년 이른 여름부터 글을 쓰는 나는 언제나 얼굴이 벌게지며 살아난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 얼굴을 만져보니 따뜻했다. 그래. 나는 볼이 빨개지도록 좋아하는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