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향해 던져진 되박이다.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는다. 그런 날에도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선다.
뭐가 문제일까.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어린 시절과 연애담과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돈을 들일대로 들였는데 어떤 결론이었는지가 기억에 없다. 결론이 없었나. 하긴 어떤 결론이 있을 수 있겠어.
가슴속에 우물을 품고 산다. 시원하고 맑은 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면 입맛이 좋아지고 피부에 생기가 돈다. 물이 말라버릴 때면 뜨거운 것이 속에서 올라온다. 입 밖으로 붉은 불길을 뿜어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보고 있던 서류의 같은 문단에 볼펜을 찍은 채로 멈춘다. 같은 문단을 삼십 분 한 시간 들여다보고 있게 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이렇게 앉아 읽고 검토하는 것인데, 우울한 기간에는 그 모든 일이 주춤대며 더뎌진다.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내가 잘하고 있나. 아 속이 또 덥다. 눈에 힘을 꽉 주자. 안 그러면 눈물이 날 테니. 어차피 겉으로 보기에 난 멀쩡해. 오늘만 대충 하자. 내일은 괜찮겠지. 내일도 이럴걸 알면서 나를 다독인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이 스물아홉이다. 약을 먹다가 안 먹다가 상담을 받다가 안 받다가, 완전히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가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 시간을 우울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다. 진단은 그때 받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우울했구나.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던 감정, 아침에 눈뜨기 힘든 몸 상태, 병적으로 자주 오르내리던 마음의 온도, 모든 게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였다. 그때는 내가 게을러서 그런 줄 알았다. 난 나를 게으른 상태로 둘 수가 없었다. 기어코 이른 아침에 몸을 일으키고 앉아 책장을 넘겼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 마음이 아픈 학생에서 마음이 아픈 1n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질문이 틀렸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게 맞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나는 내 삶에 일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어떤 날엔 너무 잘 알았다가
어떤 날엔 완전히 모르겠다.
오늘도 우울했다. 그래도 살았다. 아이와 숙제를 하고, 남편과 산책을 하고 프라프치노를 마시고, 도서관에 들르고, 아이 준비물을 챙기고, 깨끗이 목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냥 살았다.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