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으면 다 언니,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나도 멋있게 살래!!

by 모노



박막례 할머니의 손녀딸 김유라 PD, 영화 '벌새'를 만든 김보라 감독,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의 편을 읽었다.


매일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컴퓨터 앞에 앉거나 물건을 판매하거나 각자의 도구를 붙들고서 몰입할 때, 우리는 가진 재능을 떠올릴 틈 없이 그저 자기 일을 한다. 성실하게 일하는 시간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또한 안다. 꾸준함이야말로 타고난 재능과 다르게 후천적으로 선택하고 노력해서 갈고 닦는 미덕임을. 생활인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영위하며 가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경지이자 자랑스러운 성취임을.
멋있으면 다 언니 p.145


승진에 떨어졌다. 위로 같은 게 필요했는데, 그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이면 안되고, 무겁지도 않은 방식이어야 했다. 지금의 나는 고나리질을 견딜 힘이 없고 울기는 더더욱 싫은 상태였다. 고맙게도 잘 모르지만 멋있는 언니들은 좋은 글로 위로를 건넸다. 회사를 너무 오래 다녀서 곰팡이가 된 기분이었는데. 출퇴근 그 자체가 미덕이고 아름다운 경지이고 성취라고 말해주니 힘이 났다.


며칠간 타버리고 말 희망이라도 붙잡아서 여기에 써 둔다.


내 출근의 이유는 내가 정한다.

내 일은 돈을 주고 또한 내게 효능감을 준다.

나는 평가받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라앉은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내가 외로운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엇으로 창작을 준비하는가,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어떤 상태로 유지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곧 어떻게 마음을 비우고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당연히 밀려오는 두려움을 서로 고백하는 대화, 진실에 가닿으려는 노력, 다른 사람의 고통에 감응하고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일, 부드럽게 개입하여 내미는 손...
멋있으면 다 언니 p.97



다른 사람의 고통에 감응하고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일, 나는 이게 고프다. 내 감정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큰가. 얘기를 주고받고 지지받고 개입받고 싶다(앞에선 고나리질이 싫다고 해놓고). 이 바람은 아마도 내게 친구가 없다는 이유에서 생겨난 것 같다. 관심사가 너무 나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일상과 고민을 혈육 하고만 나누는 인생을 오래 살았다. 가끔 무슨 바람이 부는 것처럼 남과 얘기하고 싶어지면 외롭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친구에게 톡을 보내 본다. '안녕, 나 좀 위로해줘...', '안녕, 내가 지금 이래...'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면서 '안녕? 잘 지내지?' 명랑한 자아를 꺼내 든다. 건성으로 오가는 대화로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는다. 그럴 때면 다시 친구를 지우고 혈육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박막례 할머니의 책을 꺼내 들었다.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워 담으세요.
그러면 돼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에요.
여러분이 버렸으면 도로 주워 담으세요.
버렸어도 다시 주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


이런 찡한 맛의 감동과


염병하고, 뭐만 할라믄 염병할 거 갖고 염병을 떨면서 염병하고 있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p.192


이런 매운 맛의 위로?를 주는 박막례 할머니가 너무 고맙고 좋다. 지금의 나는 감동주고 위로해주기 너무 쉬운 상태인가보다. 쉬운 상태. 맞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박막례 할머니가 와서 염병하지 말고 이거저거 해!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예 할머니 그러면서 뭐든지 열심히 해야지. 일단 할머니가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우라고 했으니 주워야지. 주섬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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