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에 일어나 세수, 양치 및 간단한 화장을 한다. 머리는 어제 저녁에 감았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7시 5분쯤 버스를 타고 앉아 창 밖을 본다. 요즘엔 음악도 영상도 싫어서 이어폰을 꽂지 않는다.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다 생각하며 꾸벅꾸벅 존다.
7시 45분쯤 광화문에서 내린다.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사무실이 있는 빌딩으로 걸어간다.
건물 입구를 지키는 분과 매일 인사한다. 저분도 날 알까?
외투를 벗고 화장실에서 손을 꼼꼼히 닦고 자리에 앉아 PC를 켠다.
아침은 집에서 싸온 누텔라가 발려진 식빵 한 조각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먹으며 잠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8시 30분쯤 일을 시작한다.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많은 서류를 읽고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하다 일이 끊길 때면 지겨워 죽겠네 한숨을 쉰다.
12시 반이 되면 도시락을 먹는다. 이번 주부터 도시락을 싸 오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가 싸 주신다(엄마 사랑해요).
엄마표 도시락을 먹으면 편안하다. 이렇게 운동도 하지 않고 종일 앉아 있어도 속이 괜찮다.
1시 반이 되면 다시 일을 시작한다. 또다시 이메일을 보내고 서류를 읽고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보낸다. 바쁘지 않은 날에는 3시쯤 위기가 온다.
그럴 때면 잠시 메신저를 켜고 동기를 소환해서 지겨워 죽겠다, 우리 왜 이렇게 오래 회사 다니냐, 먼저 관두면 죽여버린다, 등등의 살벌한 대화를 나누고 다시 일을 한다.
5시 반이 되면 일을 정리하고 PC를 끄고 사무실을 나선다. 여전히 귀에 아무것도 꽂지 않아 지루하고 심심한 채로 버스 안 시간을 견딘다.
집에 오면 아이가 뛰어나와 안긴다. 엄마가 저녁을 차려주신다. 9시가 되면 모든 불을 끄고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눕는다.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달라고 조른다. 아이는 기분 좋을 때만 몇 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가 정말 재밌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잠든다. 그리고 다음날 6시 반에 일어나 회사에 간다.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내가 얼마나 회사일 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지, 얼마나 게으른지를 쓰고 싶었는데 나 그냥 괜찮게 사는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이것이 평화롭고 무탈한 일상이 아닐까, 가족과 몇 안 되는 친구들과 스스로의 힘으로 어쩌면 나름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평화롭고 무탈하다는 결론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