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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와 같은 반전을 기대합니다.

볶음밥 다 먹고 누룽지 박박 긁어 보셨지요?

by 모두쌤

정말 오래간만에!

'즉석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까맣고 넓적한 냄비 안에 떡볶이 떡, 양배추, 파, 계린, 어묵 등이 보기 좋게 놓여있습니다. 물론 라면과 쫄면 사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 가스레인지에 파란 가스불이 들어오면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있어져라!'


다들 아시겠지만,

정신없이 떡볶이, 면사리, 계란 등을 먹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입천장을 데이기도 하고, "앗 뜨거워"를 외치며 차가운 물을 들이켜기도 합니다. 어느덧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연신 흐르는 땀을 닦습니다. 그러고 나서 뭔가 살짝 부족하다 느낍니다. 역시 '볶음밥'입니다.


먹던 떡볶이 양념에.

참기름, 깨, 김가루 등으로 데코를 하고, 최대한 냄비 바닥에 들러붙게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모차렐라('모짜렐라' 보다는 '모차렐라'가 맞춤법에 맞다고 하네요!) 치즈까지 추가(물론 요금도 추가...) 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치즈 떡볶이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달달, 매콤, 고소하며 쭉쭉 늘어나는 치즈의 맛이란! 입천장이 뜨거운 것도 잠시, 한 술 두 술 먹다 슬슬 바닥이 보이면 눌어붙었던 '누룽지'가 보입니다. 일반적인 누룽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맛을 자랑하는! 어느덧 식당 안의 주위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숟가락을 움켜쥐고 냄비 바닥을 "박박" 긁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날 째려보고 있는 두 딸과 집사람의 시선도...


<누룽지>
가마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을 총칭하는 것. 사투리로는 '깜밥', '깐밥', '깡개밥', '깡개', '누룽갱이', '가마치' 등으로 불린다. 일부러 프라이팬에 구워서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건 대부분은 '밥 하다가 생긴 부산물'이다. 전기밥솥이 보급되기 전 가마솥이 대세였던 시절에는 밥을 할 때마다 누룽지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인지라 여러 가지 용도로 쓰곤 했다.
(출처 : 나무위키)



"박박박"

냄비 바닥을 긁다 보니 어느덧 누룽지도 다 먹어 버렸습니다. 늘 그렇지만, 뭔가 먹고 나면 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역시 저의 식욕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떡볶이를 다 먹고 나서 볶음밥까지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이 느낌적인 느낌.


누룽지는 어찌 보면 밥을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까운 밥을 살짝 태워먹는(?) 기분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아깝게 태웠던 누룽지가 오히려 간식으로는 더 인기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반전.

어쩌면 '밥의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하루하루 삶에서 뭔가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뭔가 나오겠지, 뭔가 있을 거야 하면서...

아메리카 갓 탤런트(사진출처:나무위키)
오늘도 '누룽지와 같은 반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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