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했던 많은 것들이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참새 몇 마리를 바라봅니다.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다 길가에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참새 몇 마리를 바라봅니다. 늘 주변에 있던 것 같아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종종종 뛰어다니며 가볍게 날기도 하고, 서로 바라보며 짹짹 거리기도 하고... 버스를 기다리며 참새를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기다리던 버스는 오고 참새 염탐을 마칩니다. 바이바이~
<참새> 다수가 몰려다니는 특성상 마치 아기 때 잠투정하는 것처럼 소리가 귀여우면서도 사람이 느끼기에 따라 시끄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무 같은 데에 수십 마리가 앉아서 짹짹거리는데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 쫓아내려고 큰 소리를 내거나 나무를 흔들어 대도 겁 많은 몇 마리가 푸득 거리며 날아가지 한 5초 조용히 있다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출처 : 나무위키)
어린 시절 정말 흔했던 참새를 잡으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작은 소쿠리를 반쯤 세워놓고 쓰러지지 않게 막대를 세워놓고 쌀알 반 줌 정도 뿌려놓습니다. 막대에 실을 묶어서 길게 늘어트리고 멀찍이 숨어있다가 참새가 쌀알을 먹기를 기다립니다. 참새가 몇 알 먹으며 소쿠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실을 잡아당기면 참새가 잡히는 것이죠. 물론 열에 아홉은 실패(중간에 실이 끊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나름 학교 마치고 오후에 할 수 있던 재미있던 놀이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이랬다가는 '야생동물보호법'에 저촉이 된다고 하네요.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어쩌다 잡았던 참새와 놀던 그 시간이 그립습니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길을 걷다 낯선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골목길도 참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 마트나 쇼핑센터나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기왕에 길을 들어선 마당에 슬슬 걸어보기로 합니다. 물론 이 골목길이 어린 시절 그렇게 달렸던 골목길, 친구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놀았던 골목길, 마냥 끝도 없이 길어 보였던 골목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골목길에 대한 추억은 같으니까요.
'아이들은 어디 있을까?'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가 듭니다. 제 기억 속의 골목실에는 항상 골목길 여기저기에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시나 골목실 어디에도 아이들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모습도 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니 다들 시원한 집안에서 쉬고 있거나 엄마아빠와 함께 골목길보다 더 나은 곳으로 놀러 갔을 것입니다. 그게 당연하겠죠. 그럴 것입니다.
골목 안은 항상 아이들의 목소리, 웃음소리, 가끔은 울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불렀던 그 시절, 골목길은 대형 마트였고, 쇼핑센터였습니다. 일단 골목길로 나서면 형, 누나, 언니, 동생들은 항상 그곳에 있었고, 이름만 부르면 철수나 영희 같은 친구들이 "왜 불러?" 하면서 뛰어나왔던 골목길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뛰어다니면 옆집 바둑이도 같이 뛰어다녔고, 우리들의 머리윗 전깃줄에는 참새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늘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그 골목 안에는 우리의 삶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도 있었고, 우리 학교, 우리 엄마 아빠도 있었고 우리 가족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열린 운동장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옆집 소식, 이웃동네 소식, 물가이야기, 치신 유행에 대한 이야기 등 현재를 살아가는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인터넷(?)이기도 했습니다. 그게 지난날의 골목길이었습니다.
지금은 골목길보다 아파트 단지가 더 익숙합니다.
얼마나 반듯하고, 깨끗하고, 깔끔한지 화단에는 벌레 한 마리 구경하기도 힘들기도 합니다. 철저한 방제, 방충의 덕분이죠. 요사이는 러브버그가 좀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흙이 낯섭니다. 그리고, 위생 관념이 철저한 부모 덕분에 흙을 만지지도 못하고, 흙을 밟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빠인 저부터도 아이들이 흙을 만지려고 하면 지저분하다, 벌레 있다 하면서 적극 막아섭니다. 그러면서도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합니다만...
너무 흔해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어디 참새뿐일까 싶습니다.
골목길이 그랬고, 고무줄놀이가 그랬고, 흙이 그랬습니다. 또 우린 뭘 잊어버리게 될까요?
너무 시간이 흐르기 전에 내게 소중한 것들을 한 번 생각이라도 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오래된 전화기도 문득 떠오릅니다.
그때 그 많던 참새며, 손가락으로 열심히 돌리던 전화기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