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정된 학교폭력과 관련된 교육청연수를 듣고 있던 선생님입니다. 연수를 듣던 중에 당장 학부모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근거가 무엇인가를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교육청에서연수를 듣고 있다보니 뭔가가 새로 바뀌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와 관련해서 아직 공문도 오지 않았고, 변경된 사항에 대하여 연수를 듣고 있는 본인도 아직은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니 조금 기다려보고 학부모에게전달하자고 했습니다.수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는 본인이 수집한 최신의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답답해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그 선생님에게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본인이담당 장학사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보니 우리 학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말이었습니다. 본인이 급하게 생각해서 착각을 했다고합니다. 만약 1시간 전에 학부모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다면, 지금쯤 다시 수정된 안내를 해야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학교의 신뢰도 좀 떨어졌겠지요.
학교에서 교감으로 행정 업무를 하다 보면 잘못된 정보, 오래된 정보,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들로 인하여 곤란을 겪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병가, 연가, 공가 등 복무관련 업무나, 각종 계약제 교사를 구인하는 경우, 교육행정 및 국가공무원 관련 업무와 관련된 정보들.일부 당사자들은 정확하게 업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어 해당 정보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다 그 정보들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없던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생기곤 합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교사뿐만 아니라 너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일단 한 박자 늦출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신속하게 처리하다 보면 실수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미 처리했던 일을 다시 하는 것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시간도 힘도 덜 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웁니다. 어떤 일이든 급하게 처리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고, 실수를 덮다가 또 다른 실수를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Be very careful, then,
how you live--not as unwise but as wise,
매우 조심하라,
그다음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지혜롭지 않은 사람이 아닌, 지혜로운 사람같이,
(에베소서 5:16, 감히 번역을...)
"매우 조심하라"
이 말씀은 신앙생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일상의 삶에서, 가족 및 친척간, 이웃과 사회, 그리고 국가 간의 관계까지 모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말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매사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신중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신중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급하게 뭔가를 결정했다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실수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몇 장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한강 작가의 오래전 인터뷰 영상도 보았습니다. 인터뷰하는 내내 작가는 본인의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지만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며 작가의 감수성, 작가의 시선, 표현이 어쩌면 이렇게 세심하고 조심스러울까 하며 감탄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작가의 조심성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늘 들여다보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자'
'매우 조심스러운'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나요?
우리의 삶은 두 번 반복되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어제는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쉽게 멍하니 흘러간 오늘 아침도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조심스럽게, 지혜로운 사람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주님의 말씀을 붙잡아야 할 것입니다.
매일매일이 어려움과흔들림의연속입니다.
흔들리고, 급하고, 지혜롭지 못한 결정들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하루하루들이 쌓여서 나의 삶을 만들겠지요. 늘 넘어지고, 쓰러지고, 엎어지는 것이 저의 매일의 삶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말씀에 의지하며 지혜로운 자와 같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