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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역사 Mar 03. 2020

이슬람 경제는 어떻게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6 이슬람 어음화폐 시대의 몰락

#5 이슬람은 어떻게 중세의 경제 패권을 장악했을까? (상편)






어음은 신뢰가 전제된다면, 사실 완벽한 제도다.



돈은 사실, 교환 수단인 종이에 불과하다. 거래의 증거를 종이로 남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음의 또다른 이름은 '신뢰'인 것이다.


따라서 돈을 포함한, 어음거래에 대한 서로의 약속만 잘 키면 이보다 안전한 화폐제도도 없을 것이다.




중세(4~11세기), 이슬람의 주 교역로. 당시 이슬람의 상권은 전 세계를 장악했다.




그런데, 중세기 어음 화폐제도는 왜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폐 제도가 왜 오늘날의 주류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슬람 어음 화폐의 폐쇄성 때문이었다. 이 어음화폐는 오직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끼리만 통용되고, 신뢰받았다. 메카에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이슬람교도밖에 없고, 그 커뮤니티를 벗어나면 어음의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



이슬람교 커뮤니티의 최대 교집소, 메카의 카바신전 (현 사우디)



두 번째 이유는, 당시 칭기즈칸으로 대표되는 몽골족이 세계사 헬게이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때, 이슬람 어음 경제 시대는 한순간에 내리막을 탄다.




몽골군은 저 기동력과 빽샷(파르티안 샷)으로, 1,200년대 모든 육상 전투에서 지는 일이 없었다




몽골은 사막지역으로서, 기후가 척박해 농업이 활성화되지 못하여 유목 생활을 하는 민족이다. 따라서 인구는 많지 않았지만, 말을 이용한 기동력과 활을 쏘는 기술이 정말 뛰어났다. 13세기 당시, 이상 기후로 인해 몽골 말들의 먹이인 초원이 풍성해졌고, 이로 인해 몽골의 강한 기병들이 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게다가 칭기즈칸이란 유능한 지도자까지 겸비한 몽골족은 동쪽으로는 우리의 고려부터, 서쪽으로 무려 오스트리아 빈까지 점령 직전에 이를 만큼, 거의 전 유라시아 대륙을 점령했다. 그냥 점령만 한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항복하지 않는 도시는 무자비하게 밟아버렸다.



   

몽골 제국 최대 영토




이슬람의 심장,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 도시로 알려져 있던 이라크 바그다드도 예외일 수 없었다. 비록 비문명족인 몽골족일 지라도, 그들도 바그다드가 당시 가장 부자 도시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몽골족은 바그다드를 함락하고, 금은보화가 쌓여있다 알려진 금고를 개봉했다.



그런데 웬걸! 금고에는 잉크 글씨가 쓰인 종이쪽지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이는 바로 수많은 어음장이었다.     



금은보화가 아닌, 알 수 없는 글씨로 쓰인 종이 쪼가리만 나온 것이다.



기대했던 물건이 안 나와서 열받은 몽골족은 이 어음 장부와 책을 몽땅 티그리스강에 내던져버렸다. 당시 티그리스 강은 어음장의 잉크 때문에 '잉크 강'이 되어버렸다는 기록도 있다.




몽골의 훌라구가 바그다드를 함락 후(1258), 전 세계로부터 모여있는 어음 창고의 어음을 몽땅 티그리스강에다 던져버렸다. 성 안에 잉크 용지로 물든 검은색 강물이 보이는가?




예를 들자면 이는 마치, 한국은행이 해킹당해 우리 경제가 마비된 사태와 같았다. 이때는 이라크 경제가 아니라, 이슬람과 연계된 모든 경제 체제가 뒤흔들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2008)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줬듯이 말이다. 경제 신뢰 기반이 한순간에 완전히 깨져버린 이슬람은 이때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이때를 틈타 중세시대를 벗어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유럽에게 패권을 내주고 말았다.




유럽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도시, 피렌체(이탈리아)


               

어느 시대나, 어떤 나라든 간에 경제 신뢰 기반이 깨지면 그 문명권은 망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1998년 IMF 금융위기 때 원화의 신뢰 기반이 깨짐으로써 발생한 고통을 받았었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는 달러의 신용이 낮아져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린 역사도 겪었다.




     

어음을 비롯한 모든 화폐는 '신뢰'의 상징이며, 특히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구다.

우리는 이를 통해 편리함을 누릴 수도 있지만, 이 신뢰 기반이 깨져버리면 피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슬람 경제권의 몰락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음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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