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연구소 유배 제도
모두의연구소에서는 '유배'라고 불리는 제도가 있습니다.
모두연에 도움이 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다른 여러 업무의 인터럽트로 진행이 어려울 때 외부와 단절되어 딱 그일만 할 수 있도록 외딴곳에 가서 업무를 보는 제도입니다. 지정된 기간에 모든 팸들이 같이 가는 정기 유배와 특정 집중해야 할 업무가 주어졌을 때 수시로 진행할 수 있는 수시 유배로 나뉩니다.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낯선 곳으로 떠나서 집중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유배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낯설긴 했지만, 정약용의 목민심서처럼 유배지에서 멋진 작품이 그동안 많이 나왔단 것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올해 초부터 '마케팅 TF'라는 이름으로 모두연의 브랜딩을 정의하는 일을 여러 팀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기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주 한 시간씩 모여서 논의를 함께 하는 것으로 진행했는데, 뭔가 결과물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유배를 떠나 집중해서 업무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TF 멤버들과 논의해본 결과 다들 비슷한 니즈를 갖고 있었고 대 찬성!
왠지 바다를 보면서 일을 하면 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진짜 섬으로 유배를 떠난 기분도 나고요. 저희의 유배 장소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제주도로 결정되었습니다. :)
혜정, 원선, 자혜, 태양 이렇게 네 명의 TF 멤버들이 제주로 떠나게 되었고 우리는 '제주 유배 해적단'이라고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그동안 정리된 브랜딩을 가이드로 정리하는 일이었어요.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는데, 일요일 오후에 떠나서 화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으니 실질적으로 제주에 체류한 시간은 하루 정도였고 무척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풍경 좋은 곳에 와도 1차 목표는 '업무 완성'이 목표였기 때문에 여유 있게 관광지를 이곳저곳 다닐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소로 숙소를 구했습니다. 저녁시간에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서 일과 친목을 함께 다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죠.
업무 때문에 제주에 왔더라도 바다와 오름을 잠깐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식사 장소를 바닷가 근처로 찾아봤어요. 바다를 보면서 제주에서의 첫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변에서 오름을 짧은 시간 올라갈 수 있는 곳을 점심 먹으면서 들릴까 하고 찾아보았죠. 그런데 5분 만에 오를 수 있는 오름! 이 검색을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도두봉'이라는 오름이었어요. 언덕 꼭대기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도 있고, 작은 언덕이었지만 바다와 하늘, 대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이쁜 장소였습니다. 제주도에서 편하게 갈 수 있는 오름을 찾는다면 추천합니다. :)
제주도 유배 시간은 돌이켜보면 참 짧았던 여정이었어요. 여행에서는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데 멤버들 넷이서 숙소 예약, 비행기 예약, 맛집 검색, 카페검색 등 필요한 태스크에 대해 분배해서 서로 도와가며 편하고 즐겁게 일도 하면서 다녀왔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서로를 더 개인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모두연의 팸분들은 이렇게 유배를 통해 빠르게 정리가 필요한 사항들을 집중 업무 날짜를 정해서 진행합니다. 유배 제도, 직접 경험 해 보니 정말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 다음에는 또 어떤 일로, 어떤 유배를 떠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Written by 컬처디자이너 장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