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Jun 07. 2017

릭샤 아저씨의 반전

불쾌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전히 어렵다.

복잡한 실리구리 시내에 도착했다.

우리 집에서 실리구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로 3시간.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안동거리이다. 한국에 살 때는 3시간도 멀어서 친정도 자주 가지 못했는데 인도는 멀면 기차로 2-3일 걸리고 자동차로 10시간은 기본이다 보니 3시간 거리의 실리구리는 그냥 옆 동네같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나온 시내. 남편은 필요한 물품들을 사느라 바쁘고 아이들과 나는 한국의 마트와 같은 ‘빅바잘(Big bazar)’을 구경하기로 했다.

인도에는 여러 가지 이동 수단이 있다. 쉐어 릭샤는 저렴하면서 빨리 가지만 여러 명이 함께 타야 해서 좁고 불편할 수 있다. 오토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와 뚝뚝이(오토바이를 개조했으나 전기를 충전해 달리는 것)는 빨리 갈 수 있지만 돈이 조금 비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전거 릭샤이다. 조금 느리고 값도 저렴하지 않지만 시간이 여유롭다면 탈만한 인력거이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인력거를 없앤다고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개조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이 자전거 릭샤를 쉽게 없애지는 못하나 보다.

“아저씨 빅바잘이요.”

“50루피요.”

“아이 아저씨 그거 너무 비싸잖아요. 됐어요. 얘들아. 저기 저 아저씨한테 가보자.”

대충 가격을 아는데 비싸게 부르는 릭샤 아저씨들. 그렇게 몇 명의 아저씨를 거쳐 30루피만 받겠다는 정직한 아저씨를 만났다.

좁은 자전거 릭샤에 아이들과 좁게 앉았다. 무더운 여름 자전거를 끄는 아저씨 모습이 무척이나 더워 보였다.

“엄마. 아저씨 정말 착하다. 그죠? 내릴 때 40루피 주는 건 어때요?” 항상 남을 생각하는 큰 아들이 말한다.

“그래. 그럴까? 이렇게 정직한 아저씨들은 좀 더 드려도 되지.”

“맞아요. 엄마 정직하니까 상을 받아야죠.”

그렇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미 빅바잘에 도착해 있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며 준비한 40루피를 아저씨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돌아서려고 하자 아저씨가 우리를 부른다. 난 당연히 돈을 더 준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줄 알고 돌아서서 다시 돌려 줄 필요 없다고 아저씨 드리는 거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이 릭샤 아저씨의 표정이 이상하다.

“돈이 모자라요. 60루피를 줘야죠.”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분명히 아까 아저씨가 손가락 세 개를 보여 주면서 30루피라고 이야기 했는데 딴 소리라니.

아이들도 분명히 들었다고 이야기 했다. 60루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아까 그 많은 아저씨들이 50루피를 외쳤건만 이렇게 속임을 당하다니. 아무리 따져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오랜만의 외출을 망치고 싶지 않아 달라는 돈을 주고 아저씨하게 따끔하게 말했다.

“아저씨는 아주 거짓말쟁이예요.”

그 착하게 생긴 아저씨의 모습이 사기꾼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기분이 나쁜것은 아니었다. 속았다는 그 불쾌함 바로 그 기분 때문이었다.

큰애가 물어본다.

“엄마. 저 아저씨 정말 정직한 줄 알았는데 너무하다 그죠?”

“그래 성민아.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사람 한명을 만난 걸로 치자. 다음에는 우리가 좀 더 조심 해야지 뭐.” 속고 속이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고 아이에게 이야기 했다.

‘이런 불쾌한 기분을 버튼 하나로 지울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참 좋겠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살고 있는데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은 그 씁쓸한 경험을 지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레미 노래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