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도 이 행복은 기억하고 싶다.
나는 브런치에 들어오면 세 가지 행동을 한다.
먼저 브런치 홈에 뜬 글들을 읽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 글도 메인에 실릴 수 있겠지?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이 올려 지면 핸드폰에서 스크린 샷을 누른다. 내 핸드폰에는 이렇게 브런치에서 찍은 수많은 내 글들의 스크린 샷이 있다. 난 나를 작가로 인정해주는 그 화면이 너무 소중해서 핸드폰 속에 저장해 놓는다.
마지막으로 습관적으로 통계를 누른다. 내 브런치를 몇 명이나 방문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제 통계는 평소 100명 안팎의 조회 수에서 훌쩍 뛰어 넘은 숫자였다.
‘어? 어쩐 일이지? 설마 내 글이 메인에?’ 정말 내 글은 브런치 메인에 올랐다. ‘오~ 말도 안되’ 글을 쓴지 일 년 한 달 만에 처음 일어난 사건이었다. 난 큰소리로 아이들을 불렀다.
“성민아, 현민아 빨리 와봐!” 아이들은 다급하게 부르는 내 목소리에 방으로 달려왔다.
“성민아. 현민아. 엄마가 글 쓰는 것 있지. 브런치라고. 거기에 엄마가 릴로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었어. 그리고 인터넷에
도 엄마 글이 보여. 진짜 신기하지?”
아이들도 남편도 내가 글 쓰는 것에 큰 관심은 없었던 터라 브런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브런치’나 ‘글’이란 단어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꼬마 고양이 릴로 사진이 인터넷에 떴다는 것.
“와 진짜요? 현민아 이거 봐. 진짜 릴로가 인터넷에 보여.” 큰 아이도 흥분하며 말했다.
아이들은 내 핸드폰을 들고 남편에게 달려갔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나를 쿨 하게 만드는 능력을 소유한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음.. 그래 그 만큼의 조회 수가 있었다는 거지? 그럼 구독자는?”
“어.. 오늘 늘어난 구독자는 4명?” 난 소심하게 말했다.
“그럼 그 많은 조회자 중에서 4명을 제외한 사람들은 제목 보고 열었다가 ‘아~ 이거 뭐야’하고 실망하고 간 것아니야?”
음... 차마 아니라고 부인할 수는 없었으나 순간 가지고 있는 손으로 남편 이마에 꿀밤 한 대 주고 싶었다. 남편에게 레이저를 발사하며 이야기 했다.
“성민아, 아빠 보여 주지 마. 인제 글 써도 당신 안보여 줄 거야.” 옆에서 재밌다고 웃는 남편. 짓궂은 남편의 장난에도 난 평생 처음 본 조회 수에 그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보다도 더 신이 난 아이들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몰려왔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3번 도전해서 3번 떨어진 나이지만 괜찮다. 아이들이 이렇게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걸.
마음을 가다듬고 피아노 교실에 앉았다. 방학이라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이 없어서 나 혼자 있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다.
꼬마들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고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 소리에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공간.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 소리와 함께 간간히 창문을 통해서 바람이 불어온다.
비록 아직은 너무 부족한 자칭 에세이 작가이지만 오늘 만큼은 작가의 기분을 내고 싶었다.
조용한 교실에 선풍기 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새소리들, 그리고 피아노를 치듯 컴퓨터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내 손이 움직일 때 마다 글로 채워지는 컴퓨터 속 하얀 종이 까지.
오늘은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다. 12시가 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신데렐라처럼 잠깐이지만 이 행복을 만끽하고 싶었다. 다시 평소처럼 돌아가겠지만, 또 가끔은 글 쓰기가 눈물 날 만큼 힘들 때도 있겠지만, 신데렐라가 유리 구두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했던 것 처럼 나도 그렇게 지금의 이 기쁨을기억하고 싶었다.
아까부터 내 옆에서 조잘거리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맴돈다.
“엄마가 최고야. 우리 엄마가 최고의 작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