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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l 04. 2017

엄마 손은 약손이다~~

엄마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둘째 아이 현민이가 아침부터 몸이 좀 안 좋다고 하더니 낮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해열제를 먹이면 몇 시간 정도는 버텼는데 이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열이 지속됐다.

머리와 목에 물수건을 해 주고 온 몸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차가워 진 발을 뜨거운 물에 담가서 열기가 발쪽으로 모일 수 있게 마사지를 해 주었다. 새벽 2시가 넘어 가고 있었지만 아이의 열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창문에 보이는 앵무새 두 마리도 얼굴을 날개에 파묻고 잠이 들어 있었고 간간히 짖어대던 록키도 잠이들었는지 조용했다. 밤새 잠들지 않고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사이로 간간히 현민이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여러 번 물을 갈아 주고 수건을 바꿔 가면서 난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차라리...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어렸을 적 나는 자주 아팠다. 특히 체하거나 배탈이 났다.

엄마는 배가 아프다고 구르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항상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도대체 니는 엄마 배속에서 덜 자라서 나왔나 왜 자꾸 아프다 그러노? 일로 와바라. 엄마가 배 만져 줄게.”

엄마 얼굴에는 속상한 기력이 가득했다. 내가 배가 아픈 것이 꼭 엄마의 잘못인 것처럼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엄마의 푸념 섞인 목소리가 싫지 않았다. 속상해 하는 엄마 말투 안에 나를 향한 사랑이 있다는 것쯤은 그때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거친 손바닥으로 내 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해옥이 배야 괜찮아 져라. 해옥이 배는 괜찮아진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이 알고 있는 그 노래를 엄마도 불렀다. 거친 엄마의 손끝에 특별한 마법이 곁들여져 있는 것도 아닌데  천천히 내 배를 만지는 엄마의 손을 느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곤 했다. 엄마는 그렇게 밤늦게 까지 내 배를 만져 주었었다.     


아련하게 엄마를 생각을 하는데 다시 현민이 소리가 들렸다.

“엄마. 물 주세요.”

“어. 그래. 현민아. 잠시만.”

급하게 물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물을 마시는 현민이의 볼은 열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물을 다 마신 현민이는 다시 누우며 내게 말했다.

“엄마. 엄마도 같이 누워요.”

“그래. 현민아. 괜찮을 거야. 금방 열이 떨어질 거야.”

난 뜨겁게 달궈진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작게 노래 불렀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현민이 열은 떨어진다. 현민이는 괜찮아 진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아픈 아이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왔다.

‘아. 엄마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겠지? 아.... 엄마.’

그때 작게 부르는 내 노래가 창문과 벽에 부딪혀 돌다가 엄마의 목소리가 되어 내 귀에 들어왔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해옥이는 잘해낼 거다. 해옥이는 잘해낼 거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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