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행복한 바보가 되고 싶다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웃을 수 있는
나의 실수들에 너무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바로 앞에 닥친 해결해야 할 어려움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담담하게
아무일 없는 것 처럼 지낼 수 있는
그런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지우개가 있어도 괜찮겠습니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일들을 없었던 것 처럼
희미한 연필 자국만 남겨둘 수 있다면
어려운 문제 속에서 며칠을 고민하다
지우개로 지워 잠시 휴식을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지우개가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바보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도
만능 기억 지우개를 가지기 원하는 마음도
어쩌면 회피하고 싶은 나의 마음인지 모릅니다.
책임지기 싫어하는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잠시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만을 위해 웃고 나만을 위해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잠시 지워버리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기억들이 나를 괴롭힌다면
연습장 부분 부분 남아있는 그 기억의 연필 자국을
내 삶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 들이겠 습니다.
내 아픈 기억의 작은 연습장을 가슴에 품고 이야기 할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여전히 나는 살아 있으니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