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집

인도에서의 이사는

by 모두미

어렸을 적 우리집은 큰 집 옆에 끼여있는 작은 집에 살았다.

푸세식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어 냄새가 코를 찌르던 어두 컴컴했던 집.

큰집에는 내 친구가 살았다. 큰집이라고 해봤자 작은방 3개와 마루가 엮어 있던 사실 그리 크지 않은 집이었다.

마당을 함께 쓰는 사이였던 그 친구네 집에서 놀 때마다 난 생각했다.

아...나도 여기에 살고싶다.

그리고 그 친구가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우리가 그집에서 살게 되던 날.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새로 추억을 만들어 가야할 곳

이사를 했다. 인도에서 벌써 3번 째 이사이다.

첫 번째는 자동차로 14시간 걸리는 거리였고

두 번째는 자동차로 5일이 걸리는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이사를 했다.(그 거리를 정말 차를 타고 달렸다.)

그리고 세 번째 이사는 200미터 거리이다. 같은 지역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전처럼 이삿짐이 한 달씩 배달이 안 되는 경우도 없었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피아노가 크게 기스 나는 일도 없었다.

그저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떠나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기쁨만 있을 뿐.

이전 살던 집은 60년이나 되었다는 학사택이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사택이었지만 나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대낮에도 불을 켜 놔야 할 정도로 어두운 실내에 몇 년 간 사용하지 않았던지 문만 세게 닫아도 시멘트가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낡은 사택이었다. 큰 개미들이 나와 매일 아침저녁으로 영토 싸움을 하고 간혹 지네나 쥐들이 들어오기도 하는 집이었다.

그곳에서 일년 반을 낼 때는 그렇게도 싫더니 막상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나니 왠지 오래된 그 집이 생각난다. 가진 자의 여유인가?

지나갈 때마다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집

그래도 그런 집에 살 때는 왠지 인도에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낡은 집안에 개구리가 뛰어 다니고 도마뱀 두 마리가 형광등 아래 붙어서 날라 다니는 날파리를 잡아먹고 풍이들과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던 집.

아이들의 동화책에 나오는 자연을 사랑하는 어린아이의 방의 모습과 비슷했던 우리 집.


이제는 샷시로 된 창문으로 문을 닫아 버리면 벌레들이 들어올 구멍조차 없는 아주 한국 같은 집에 살건 만

왠지 촌스럽고 오래된 그 집이 자꾸 생각나는 걸 보면 힘들었어도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어쩌면 항상 그랬다.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날 때면 그 상황이 싫어지고 그 사람이 싫어졌다.

빨리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만 도망가면 되! 이번만 지나면 되!

외치고 또 외쳐서 도착한 다음 정거장에서 뒤를 돌아보면 그 때 그 어려웠던 일들이 제일 소중한 추억이 되어있음을 본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롭게 생활 할 걸... 조금 더 그 상황을 즐길 걸... 하고 후회하곤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꼭 이전 집을 지나쳐야 한다.

이제는 문이 잠긴 채 다음 주인을 기다리는 옛 집을 지날 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나의 추억을 떠올린다. 자기들이 잡은 수 십 마리의 반딧불들이 어두운 방 안에서 날라 다니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두 아들들의 행복한 환호성, 지네가 잠자는 방에 침입하는 바람에 며칠 밤을 설치던 나의 모습, 비가 오면 유난히 크게 들리던 양철 지붕 소리, 길 고양이가 아이들 방 작은 침대 아래에 새끼 고양이들을 낳았을 때의 그 기쁨.

어쩌면 이 셀 수도 없는 작은 기억들이 나의 삶에 행복을 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이 천장에서부터 내려오고 핑크 빛의 벽이 멋들어지게 들어서 있는 새집 안에서 헌집을 생각한다. 추억들을 더듬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그리워하게 될 이 집에서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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