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망원경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망원경

by 모두미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작은 마당을 갖고 있었다. 울긋불긋 녹슬어 버린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마당을 두고 여러 집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이었다. 가끔 주인 할아버지가 월세를 받으러 우리 집에 오곤 했지만 그 때 내게 그 집은 월세집이 아닌 우리 집이었다. 작고 큰 화분들을 모아 놓은 마당을 지나면 수돗가가 있었다. 추운 겨울, 밤새 모아 놓은 가족들의 소변을 받은 오강이 꽁꽁 얼려서 수돗가 앞에 놓여 있곤 했다. 동생과 나는 서로 그 소변 버리기가 싫어서 싸우기 일쑤였다. 지린내 나던 그 오강을 한번이라도 더 버릴 때면 세상에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작은 화분들을 지나 옥상으로 연결된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면 아주 아담한 옥상이 나왔다. 동생과 나는 그곳에 올라가기를 즐겨했다. 특히 아빠가 함께 올라갈 때면 더 신이났다. 왜냐면 아빠가 가지고 있던 골동품 망원경으로 달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그 시절 뜨거운 사우디 태양 볕 아래서 공사를 하던 그 많은 아버지들 중 한 분 이셨다. 그 뜨거운 사우디에서 사오 신 망원경을 보여 주실 때면 아빠는 더 멋져 보였다. 오래 된 망원경 렌즈 사이에 들어오는 밝은 보름달의 모습은 우리에게 로망 그 자체였다. 흐릿하던 달이 초점을 맞춰 나사를 돌릴 때 마다 또렷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울퉁불퉁한 실제 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몇 번이고 그 망원경을 내 눈에 대고 소리쳤다.

“와! 아빠 저거 봐요. 달이 정말 자세히 보여요.” 그렇게 달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대한민국 경상북도 안동시 한 복판의 작은 집 옥상 위에 앉아 있는 한 아이가 아닌 넓고 넓은 우주에 앉아 있는 아주 특별한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그렇게 아끼시던 망원경은 아쉽게도 인도에서 여러 해동안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다가 고장 나고 분해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서 산 몇 개의 비싼 망원경들이 있었지만, 이곳 인도는 더 많은 별들이 있지만 그때 아빠와 동생과 함께 낮은 옥상 위에서 보던 망원경만큼 멋지고 가슴 뜨거울 정도로 아름다운 달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아마 내 마음이 그 때 만큼 뜨겁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지금 부모님이 살고 있는 26평 남짓한 깨끗한 아파트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인도의 깨끗한 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 때 그 작은 집의 냄새가 그리워진다. 그 옛날 집의 추억이 그리워진다.

오늘은 아이들과 밤하늘을 구경 해야겠다. 나에겐 안동에서의 밤하늘이 잊혀 지지 않는 소중한 밤하늘이 된 것처럼 언젠가 아이들도 이곳 인도의 밤을 그리워하겠지. 엄마와 함께 인도의 밤하늘 구경하던 소중한 추억을. 추억이란 참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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