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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휴식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휴식을 가지는 사람들

by 모두미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강이 있다. 사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아주 가까운 곳이다.

강 위로 기차 길이 나 있다. 기차 길 밑에는 젊은 아이들이 수영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인도 친구들과 강가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큰 경적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모두 기차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리고 기차 안의 사람들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인도 친구들과 저녁노을을 보려고 강가로 갔다.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얕은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을 사진에 담다가 강 반대편의 사람들에 내 시선이 멈췄다.

아까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방해하던 트랙터 소리의 주인공 들이었다. 공사를 위해 강 반대편의 흙을 파서 트랙터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한국이라면 당연히 포클레인을 이용했겠지만 이곳은 가난한 인도였다. 전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 그래서 인건비가 무척이나 저렴하면서 일할 사람들은 넘쳐나는 나라.

그래서인지 포클레인이 아닌 여러 일군들이 삽으로 흙을 퍼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트랙터에 흙이 다 차자 일군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가에 앉아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는 일군도 있었고 더위를 못 참겠다고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는 일군도 있었다.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목소리도 아주 크고 거칠었다.

저렇게 힘들게 일 해도 하루에 4000원 조금 넘게 받는 일군들.

그들은 느리지만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고 그 만큼 집에 있는 가족들은 적어도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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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트랙터가 흙을 나르는 사이 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휴식이 주어졌다.

힘든 노동을 한 그들에게 10분간의 휴식은 아마 어떤 휴가보다도 달콤했을 것이다.


비록 카페에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음악을 들으며 책 한권을 읽고 있는 우아한 휴식은 아닐지라도 차가운 강물에 더위를 식혀 내고 지나가는 바람에 땀을 말려 버릴 수 있는 그들의 휴식을 감히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

일이 마치고 장에 들러 닭 한 마리, 과일 한 봉지 들고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가족을 생각하며 돌아가는 그들에게는 강가에서 가졌던 휴식보다도 더 행복한 진짜 쉼이 기다리고 있겠지.

아빠의 땀 냄새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들 아이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오늘 저녁은 그들에게 더 행복한 쉼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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