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지 추억이 되는 곳이라면
바람을 가로지르며 남편과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인도 전통 옷을 입고 시장을 나온 아주머니들을 지나고 길거리 중앙에서 삶을 다 포기한 듯 앉아 있는 염소들을 피해 달린다. 중앙선을 상관하지 않는 인도의 여러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을 피해서 달리다 보면 꼭 컴퓨터 자동차 게임의 한 장면 속에서 우리가 달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시골 시장을 지나오니 한적한 도로가 나왔다. 북적거리던 도로에 몇 개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만 다니고 있다. 나는 복잡한 시내 보다 이런 한적한 길이 더 좋다.
자연을 볼 수 있고 시골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진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향하는 도로에 내 눈을 사로잡는 작은 릭샤가 있었다.
릭샤란 자전거로 만든 운반 도구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을 싣고 다니는 택시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짐을 싣는 릭샤도 많이 있다. 그래서 릭샤 마다 모양들이 다 다르다.
내 앞을 달리고 있는 릭샤는 짐을 싣는 릭샤였다. 앞에는 운전하는 자전거가 있고 리어커를 연결해 놓은 것만 같은 나무로 만든 넓은 공간이 자전거 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얇지만 아주 큰 두 바퀴가 릭샤의 모습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대부분 공사장에서 시멘트를 옮기거나 무거운 나무를 옮길 때 사용하는 짐 싣는 릭샤다.
그런데 우리 앞에서 가고 있는 릭샤는 짐이 아닌 가족을 싣고 있었다.
맨 앞에 앉아서 운전을 하고 있는 아버지는 낡고 누런 러닝셔츠에 체크무늬 룽기(인도 남자 전통의상)를 입고 있었다. 땀에 젖어 있는 그의 뒷 모습으로 보아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인 듯 했다.
평상처럼 넓게 펼쳐진 릭샤의 뒷 자석에는 그의 가족이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일에서 돌아오는 길 약속을 가족들과 약속을 하고 시장 나들이를 한 모양이었다.
평범한 사리를 입고 있는 부인은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자전거 사이사이로 지나가는 바람과 자연의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부인의 오른 쪽에는 10살 남짓해 보이는 남자 아이와 5살 정도 되 보이는 여 동생이 타고 있었다.
앞을 보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아이들의 아버지, 그리고 가끔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다시 길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이들의 어머니, 그리고 세상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두 남매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내 곁을 지나갔다.
아이들의 조잘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전거를 운전하는 가장은 아마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었다. 아내는 묵묵히 자전거를 운전하는 남편의 든든한 모습에 처음 그를 만났던 때를 생각하고 혼자 수줍음에 얼굴을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어느 호화스러운 자동차보다도 자기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 릭샤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아버지가 운전하는 빠르지 않는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가 만난 어떤 좋은 자동차에서도 그 가족만큼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때로는 조금 느려도 먼지 섞인 바람을 맞아도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