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들어도 시작 한거잖아.
비닛은 낯선 기숙사 방에서 겁먹은 듯이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낡은 기숙사 방 안에 5개씩 놓여 있는 2층 침대 한 구석이 비닛이 지금부터 지내야 할 자리였다. 또래 친구들은 이미 이곳에서 오래 생활 한 듯 이방 저방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고 큰 형들은 학기 시작을 위해 방 곳곳의 거미줄을 치우고 있었다.
비닛은 집을 생각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20분만 달리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비닛에게는 지구 끝자락에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큰 길에서 꼬불꼬불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면 비닛이 사는 차밭이 나왔다. 하루 종일 일해 봐야 고작 80루피(한화로 1500원) 정도를 받는 차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 부류로 취급되었다.
차밭 마을은 회사에서 지어준 대나무 집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모양이 거의 같다. 큰 길에서 깊숙이 들어가면 보이는 비닛의 집은 강가에 있었다. 소똥으로 잘 정돈 된 마당은 여느 집처럼 깔끔했고 마당 끝 쪽에 있는 돌 의자도 나름 운치 있어 보였다. 마당 입구 쪽에 있는 공동 손 펌프에서 매일 저녁 엄마는 비닛을 목욕시켜 주곤 했었다.
비닛의 엄마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굵어지는 질병에 걸렸고 정상적인 일은 할 수 없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비닛의 누나를 돌보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비닛은 요리하던 엄마 모습을 생각 했다. 흙바닥 위에 진흙과 시멘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작은 아궁이, 그 옆으로 정렬되지 않게 놓여 있던 요리 도구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나무에 불을 붙이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났다. 얼마 전 교회에서 연결해 준 백열등 하나를 의지해서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 그리고 쓰러질 것 같은 대나무 벽 사이사이에 걸쳐져 있던 비닛과 누나의 옷들. 흙바닥위에 이불을 깔고 엄마와 잠이 들던 밤이 그리웠다. 비닛의 눈물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집 앞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교회 사람들이 주고 간 야채 거리를 보며 비닛을 떠올렸다. 비닛이 있었다면 좋아했을 알루커리.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얼마전 10살 된 비닛을 기숙사에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해서 일 하기도 힘든 상황에 그녀가 아이 둘을 제대로 먹여 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숙사는 적어도 밥은 굶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영어도 배울수 있는 곳이었다. 영어를 배우고 제대로 교육을 받는다면 나중에 아이가 커서 적어도 나 같은 삶은 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도움을 받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비닛을 기숙사로 보냈다. 그래도 자꾸 비닛을 생각하니 눈물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