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속에 사람들의 추억이 있다면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그렇다고 타고난 감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아기 고양이들이 예기치 못한 곳에다 쉬를 누는 경우에 누구보다 먼저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도이다.
만나는 사람들의 향수 냄새도 참 좋아한다. 물론 어떠한 향수를 썼는지 알아맞히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냄새에 민감하다기보다는 향을 좋아한다는 말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덜컹거리는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인도 교통수단)를 탔다.
오토릭샤는 문이 따로 없기 때문에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작은 오토릭샤에 9명의 사람들이 탔다. 비좁게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있었다.
주변은 이미 노을마저 져서 어둑어둑 짙은 나무 그림자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낮 까지만 해도 후덥지근하던 바람이 저녁이 되면서 시원해 졌다. 풀 냄새도 나무 냄새도 가끔 물 냄새도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그런데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자연의 냄새 속에 익숙한 냄새가 있었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냄새.
자꾸 맡고 싶어지는 이 냄새.
이 달콤한 냄새는 빠르게 달리는 오토릭샤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은은하게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분명 이 오토릭샤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냄새인 듯 했다.
나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어렵지 않게 그 향긋한 냄새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다. 앞 운전사 옆에 앉은 젊은 부부의 품에 있는 아기. 바로 그 아기에게서 나는 향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 쓰던 로션 냄새와 비슷한 것 같아.’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서 아기를 안고 있는 아이 엄마와 아기를 쳐다봤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의 앳된 얼굴 속에서 그리고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잠들어 있는 꼬마 주인공에게서는 더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바람에 섞여 향긋한 아이의 향이 전해졌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몇 번 씩 고개를 돌려 아이와 젊은 부부를 바라봤다.
낡은 사리를 입고 있는 아내와 외소한 몸을 가진 남편, 그리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
부요해 보이지 않는 저 가정에서 나오는 냄새가 이렇게도 향긋할 수 있을까.
어느새 나는 바람 속에 섞여 오는 아이의 로션 향 뿐 만이 아닌 그들의 삶의 한 부분에서 나오는 따뜻한 삶의 향을 맡고 있었다. 다시 얼굴을 오토릭샤 밖으로 향했다. 덜컹거리는 오토릭샤의 열린 공간 안으로 미리 나온 초승달과 별빛들이 검은 코코넛 나무 그림자 사이로 반짝이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향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