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버스에서 내렸다.

비겁한 나를 발견할 때

by 모두미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친한 친구와 버스를 타고 어딜 간 적이 있다.

시골이어서 사람도 많이 없었던 그때 친구는 내게 돈을 적게 내고 버스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잔돈만 모아 내면 돈을 적게 내도 버스기사 아저씨가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고 친구가 말했다. 나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차마 친구에게 하지 말자고 반대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친구와 나는 몇 백 원 부족한 차비를 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시골 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버스기사 아저씨는 요금 통에 떨어진 잔돈도 잘 셀 수 있는 전문가셨다.


드디어 종점에 도착했을 때였다. 맨 뒷 자석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와 친구와 나만 있었던 버스 안. 버스기사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를 혼내기 시작했다.

친구가 차비를 냈기 때문에 버스기사 아저씨는 친구만 혼내셨다. 친구는 고개를 숙인 채 아저씨에게 혼나고 있었다. 뒤에서 함께 듣고 있던 나는 슬그머니 그 친구를 두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는 친구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듯이 버스 주위를 맴돌며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다.

밖은 초겨울이라 꽤나 추운 날씨였다. 버스기사 식당 앞마당에도 차가운 흙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한참을 혼난 친구는 울상이 되어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는 적은 금액으로 버스 타기에 실패 했고 나는 의리 지키기에 실패했다.

나는 처음부터 너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지 못했다. 나는 친구가 계획을 할 때도 그리고 친구가 차비를 덜 내고 버스에 오를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그 계획에 무언의 동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가 혼나는 동안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 버스에서 내렸던 것이다.


버스에 내린 친구가 내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 밭 사이에 있는 시멘트 길을 그 친구와 말없이 걸어가던 쌀쌀한 초겨울 날씨가 기억난다.

그때는 두려웠고 또 그래서 비겁해 졌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만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가끔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친구를 생각한다.

참 어렸던 그때,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다.


미안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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