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배우듯이 자라길...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삶

by 모두미

이제 9살이 된 둘째 아들 현민이는 실수를 많이 한다.

밥을 먹을 때면 밥풀을 머리나 바지에까지 붙이기도 하고 컵이나 그릇을 만지다 실수로 떨어뜨려 깨기도 한다. 내가 잘 짜 놓은 수채화 물감을 엉망으로 섞어 놓는 것도, 형이 아끼는 물건을 망가트리는 것도 대부분 현민이의 실수이다.

현민이는 글씨를 잘 못써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형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현민이를 주눅 들게 했던 것은 바로 자전거였다.

형은 6살부터 자전거를 배워서 지금은 어른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현민이는 자전거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균형 감각도 부족해서 넘어지기 일쑤였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도 현민이는 뛰어 가거나 친구들 자전거 뒤에 앉아 놀러 가곤 했다.


그런 현민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남편이 올해 들어 배우기 싫다는 현민이를 혼내가며 자전거를 가르쳤다. 현민이는 며칠을 울면서 자전거를 배우더니 작은 두발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웠다. 우리는 비디오를 녹화해 가며 아이의 자전거 시승식을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우기가 시작되고 현민이의 자전거 타기는 빛을 보기도 전에 막을 내려야 했다.

우기가 끝나고 다시 건기가 시작되는 요즘 현민이는 자전거 타기에 돌입했다.

며칠 작은 자전거로 자신의 실력을 실험해 보더니 내가 타는 자전거도 타기 시작했다.

인도에는 특별히 아이들 자전거를 사주지 못하는 가난한 부모들이 많아서 아주 어린 꼬마 아이들도 어른들의 자전거를 서서 타곤 했다. 아마 현민이도 그 모습이 부러웠었나 보다.

현민는 몇 번을 넘어지면서도 작은 자전거, 큰 자전거를 번갈아 가며 연습했다.

며칠 전 현민이가 심하게 넘어 져 걸을 때 마다 다리가 아프다며 울상을 지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도 아이는 여전히 자전거를 탔다. 새벽에 일어나서도 늦은 밤에도 현민이는 자전거를 놓지 않았다. 몇 년간 타지 못했던 자전거를 몰아서 타는 것처럼 말이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 현민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감이 부쩍 생겼어.”

“맞아요. 어제 성민이가 다리가 다쳐서 천천히 걸어오니까 자기가 자전거를 타고 형을 뒤에 태워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성민이가 현민이 자전거에 앉자마자 넘어지긴 했지만 말이에요.”


우리는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행복을 참지 못했다.


현민이에게 자전거는 어떤 의미였을까?

자기는 형보다 그림도 못 그리고 글씨도 잘 못 쓴다며 나지막하게 내 귀에 속삭이던 현민이.

현민이에게 자전거는 살면서 첫 번째로 넘은 큰 산이었는지도 모른다.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그 높은 산을 넘은 자신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워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을 것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 제일 먼저 자전거를 타는 현민이를 보며 나는 한없이 웃음 지었다.


아이는 이제 삶이 첫 산을 넘었다. 앞으로 더 높고 험한 산들이 아이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자전거를 타듯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아이가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 조금은 멍들고 아플 것이다. 매번 새롭게 더 깊게 아픔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픔도 삶의 한 부분이라는 걸 언젠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상처만큼 성장하는 것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산 하나를 넘고 또 넘어가며 아이가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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