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재 작가의 연필 테라피
둘째 아들이 볼펜으로 글을 쓰려고 하자 첫째 아들이 말했다.
"야. 너가 5학년이 되면 무조건 볼펜으로 써야되. 하지만 지금 넌 3학년이기 때문에 연필로 써야해. 연필로 써야 글씨를 잘 쓸 수 있는거야."
5학년이 된 큰 애는 아주 어른이 된 것 처럼 둘째에게 조언을 하고 있었다.
그랬다. 나도 언제부턴가 연필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왠지 어른은 볼펜을 써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연필은 지워진다는 이유 때문이였을까?
그런데 나는 이 책에 끌렸다.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아마 연필이라는 옛 추억의 도구를 주제로 쓴 에세이에 궁금증이 발동해서 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연필 예찬가이다. 그녀는 연필들을 고르면서, 쓰면서, 깎으면서 추억을 먹고 꿈을 꾸고 행복을 느낀다. 그녀의 연필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연필을 좋아하게 될 것만 같았다.
아이들 것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기까지 했던 이 흔한 연필이 오늘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처럼 연필로 글을 쓰는 그 작업이 아주 우아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연필로 글을 쓰다 보면 내 마음도 왠지 힐링 될 것 같다.
"이처럼 이미 지니고 있는데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얼마나 많을까. 둔했기에. 무심히 보아 넘겼기에 알아차리지 못한 내 안의 보석을 생각한다. 쉽게 힘들다고, 권태롭다고, 불운하다고 말하기 전에 우선 내가 무엇을 지녔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마음의 눈과 귀를 열면 손때 묻은 연필 한 자루 속에도 경전이 들어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