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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Feb 14. 2022

어떤 죽음을 맞이할까? 어떤 삶을 살아갈까?

인생수업을 읽으면서

지난주는 슬픈 소식이 많이 들리는 날이었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지병을 앓고 있던 고모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참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우연찮게 ‘인생 수업’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40년 간 죽음에 대해 연구하고 또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백 명을 인터뷰 한 책이다.

이 책은 이야기 위주보다는 인터뷰를 통해 작가들이 느낀 점, 죽기 전에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써놓았다.

지금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된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을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려는 최초의 시도를 합니다.’

아직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죽음을 참 무서워한다. 물을 무서워하는 것도 아마 물에 빠져 죽기 싫어서일 것이고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도 떨어져 죽을까 하는 무서움 때문일 것이다.

죽음은 두려워하면서 막상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아니면 죽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최근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보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인정하는 삶. 이 책은 줄곧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의 시선을 걱정하거나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삶 속에서는 나 자신을 찾기 힘들 수 있다. 어떤 삶을 살아도 그 안에서 나의 진실한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나를 만들어 가는 삶보다는 조금 부족한 모습이 나오더라도 나의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

병을 얻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거나 멀리 던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결정을 죽음 앞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기에 착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 다른 사람들 보기에 성실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자신을 인정하고 먼저 사랑해주는 조금은 너그러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내가 붙잡으려고 했던 많은 것들 중 많은 것들이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을 테니까.

책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내 가슴 깊이 남았다.


삶이란 마치 파이와 같지. 부모님께  조각,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각, 아이들에게  조각, 일에  조각. 그렇게  조각씩 떼어 주다 보면 삶이 끝날 때쯤엔 자신을 위한 파이를  조각도 남겨 두지 못한 사람도 있단다. 그리고 처음에 자신이 어떤 파이였는지조차 모르지.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 알고 있단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알아내야  몫이지.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생을 떠날  있단다.”


나는 어떤 파이였는지 생각하지 않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더 신경 쓰는 나였다.

하지만 요즘은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하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이지?

나 자신에게는 항상 너그럽지 못했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소외되었던 ‘나 돌보기’에 들어갔다고나 할까.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하고 그림을 그릴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나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아주 잠깐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해야 할 일들 속에서 나 자신을 개발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면 우울해지는 사람이었다.

내가 죽음에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글을 쓸 것이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지.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하루의 짧은 시간이라도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나누게 되었다. 바쁘다고 미뤄왔던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바쁜 하루 시간 속에서 나는 틈틈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가끔은 점심시간을 나눠서 쓰고 싶었던 글감들을 써나가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그렇게 언제부턴가 바쁜 하루 업무 속에서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나를 위로하고 다독여주고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죽음에 대하여 시작한 글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죽음과 삶은 삶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기묘한 사이인 것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그럼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이 책이 주는 질문이다.


자기 앞에 놓인 문제에서 어떤 배움을 얻을 것인가가 당신이  일입니다. - 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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