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첸중가 산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우리 집 개 ‘록키’와 ‘심바’가 짖어서 잠이 깼다. 집 앞 베란다에서 잠을 자는 셰퍼드 두 마리가 ‘새벽이 됐으니 제발 나를 풀어 달라’는 소리이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목줄을 풀어 주자마자 록키와 심바는 신나게 집 앞을 뛰어다녔다. 남편이 트랙터로 일구어놓은 땅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록키와 심바 입에서 김이 나온다. 이곳에도 겨울이 찾아온다는 의미였다. 이제껏 뜨거운 여름에 힘들어하던 우리 집 개들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길게 잘 정돈되어 있는 개들의 털이 드디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겨울이 온 것이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던 차 하늘을 잠시 쳐다봤다. 새벽하늘에는 가끔 늦장 부리다가 내려가지 못한 별들이 보일 때도 있고 희미하나 뚜렷한 모습으로 하늘에 떠 있는 달이 밝은 빛을 좀 더 구경하려는 듯 둥그렇게 떠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 평소에 항상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들이 사라지면 저 멀리 칸첸중가 산이 보일 때가 있다.
칸첸중가 산은 네팔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세계 제 3봉으로 높이가 8586m이다.
뜨거운 여름에도 맑은 날이면 하얀 눈 덮인 산이 아주 멀리서 보인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인지 나는 하늘을 볼 때면 꼭 칸첸중가가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오늘처럼 아주 깨끗하게 칸첸중가가 보일 때에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른다.
“와~ 칸첸중가가 오늘은 아주 깨끗하게 보이네.”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등산에 큰 흥미를 두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 버킷 리스트에 칸첸중가 산을 꼭 등반하겠다는 목록도 없다.
하지만 언제나 하얀 눈 덮인 산을 바라볼 때면 가슴이 뛴다.
더운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눈 덮인 산이어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내가 바라볼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주 멀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지만 꿈꿀 수 있다는 것. 언젠가는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오늘 아침은 백설로 덮인 칸첸중가 산이 더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