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빈부격차가 없다
남편과 볼일이 있어서 함께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기찻길 옆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잘 달리는 우리 차 앞에서 더 잘 달리려는 자전거가 있었다. 마른 몸매에 허름한 옷을 보니 이곳 마을 사람 중 한명으로 보였다.
인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기름과 매운 음식들을 많이 먹어 배가 뽈록 나오고 꽤 뚱뚱한 사람들과 기본적인 음식조차 먹지 못해서 아주 마른 사람들. 시골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말랐다.
그 아저씨도 후자인 듯 했다. 자전거를 타고 아주 열심히 달리는 아저씨. 그런데 그냥 지나치려니 그 아저씨 자전거 뒤에 무엇인가가 보였다. 낡은 어린아이의 자전거.
난 순간 그 모습을 놓치기 싫어서 사진기를 들었다.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평소 같으면 쌩 하고 자전거를 지나갔을 남편도 천천히 자전거 뒤를 따라간다. 남편은 내가 두 컷의 사진을 찍고 나서야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남편이 말한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가봐. 아이들을 위해 낡은 저 자전거를 고쳐서 가는 모습을 보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면 얼마 전 큰 아이의 자전거를 고치겠다고 남편과 함께 오토바이에 자전거를 싣고 기차역 근처에 있는 자전거 수리 점에 왔던 기억이 났다. 큰 아이가 타는 자전거가 나름 작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토바이 뒤에 앉아 내 다리 위에 자전거를 올려놓고 가는 것이 영 어려웠었다.
“여보 성민이는 너무 감성적이지 않아요? 저번에 키우던 새가 죽었을 때 엄청 울었잖아요. 가끔 보면 아주 말썽꾸러기 같은데.”
“그래. 그래도 그놈이 동생이 아플 때면 얼마나 동생을 챙기는 줄 알아? 내 아들이지만 참 재미있는 놈이야.”
자전거를 고치러 가는 길 내내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달리면서도 남편과 나는 자전거를 받고 기뻐할 큰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해 했었다.
그랬다. 그런 게 부모마음이 아닐까? 남편이 이야기 한다.
“얼마 전 콜카타에서 기차를 타고 올 때 말이야. 제너럴 칸에 탔었어. 그런데 그 복잡한 기차 안에서 한 아저씨가 아이 장난감 큰 것을 꼭 안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 말이야.”
인도에서 제너럴 칸이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기차 칸이라고 할 수 있다. 빈부격차가 심한 인도에는 격이 다른 기차들이 존재한다. 비행기 값보다는 조금 덜 비싼 1등급 에어컨 기차부터 2,3등급 에어컨 기차칸, 그리고 에어컨이 없이 천장에 달린 선풍기로 가야하는 일반 침대칸, 그리고 마지막이 제너럴 칸 (완행열차) 라고 할 수 있겠다.
제너럴 칸에 타 보면 진짜 가난한 인도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쩌면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앉을 자리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 제너럴 칸에 탄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아이들이란, 자식이란 무엇이라도 해 주고 싶은 존재인가 보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저씨의 자전거가 점점 멀어져 갔다. 나는 다시 한 번 창밖으로 그 아저씨를 봤다.
자전거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는 아저씨의 자전거를 보면서 따뜻한 부모의 마음을 다시 느꼈다. 그리고 그 자전거를 받고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