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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불평할 권리가 있는가?

그녀를 만난 후에 나에게 온 변화

by 모두미

요즘 한 NGO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벌써 반 이상이 채워지고 이제 몇 자리만 남았다. 오늘 그 중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얼굴에 무슨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엄마의 얼굴과 어두운 아이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 집 큰아이와 나이가 같아 보이는 그 아이는 훨씬 마르고 작아 보였다. 아이의 이름과 나이 가정환경을 적는데 울컥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아이 보다도 그 아이의 엄마 때문에…….


나보다 한 살 어린 그 아이엄마는 5년 전 남편을 잃었다. 첫째 딸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괜찮았던 아이엄마 역시 이상한 모기에 물려 왼쪽 다리가 코끼리처럼 커져버렸다. (인도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질환으로 모기에 물려 감염이 된다고 한다.) 부은 다리 때문에 정상적인 일 조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저 하루하루 작은 염소를 기르면서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

정상인 둘째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 보겠다고 우리를 찾아 온 것이다.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목이 멨다. 안 좋은 상황들이 모두 그녀에게만 쏟아 부어진 것 만 같았다. 처음 보았던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어두운 그녀의 첫인상이 이제는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힘든 상황을 견디느라. 그 슬픔을 이겨 내느라. 힘든 감정을 숨기느라 그렇게도 얼굴이 굳어 졌구나.


그리고 한 문장만이 내 머리를 맴돌았다.

‘우리에겐 불평할 만한 권리가 있는가?’

날이 덥다고, 벌레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아이들이 피부병으로 고생한다고 불평하던 내 모습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어쩌면 우리에겐 불평할 이유들이 많이 있는지 모르겠다. 주위 사람들 때문에, 환경 때문에 힘들다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오늘 그녀를 만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불평의 권리를 그녀에게 빼앗긴 느낌이다.

아니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고스란히 나의 권리를 내놓았다.



신청서 작성이 끝나고 처음 보는 모자와 사진을 찍었다. 처음이었다. 많은 가정들이 후원을 받기 위해 다녀갔지만 오늘은 꼭 찍고 싶었다. 핸드폰에 고스란히 찍혀진 그녀와 아들, 그리고 나. 모두가 어색한 사진이었지만 난 그렇게라도 간직하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당신들을 기억하겠노라고. 후원만이 아닌 진짜 당신들의 삶에 작은 인연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다시 말한다.

우리에겐 적어도 나에겐 불평할 만한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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