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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선에서 느끼는 행복

가까이에서 찾은 행복

by 모두미

무료 피아노 레슨을 하는 날이어서 서둘러 학교에 왔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항상 미리 와있던 학생들이 한명도 안 와있다.

학생들을 기다리는 동안 다이어리를 펼쳤다. 평소 같으면 왜 안 오는지 전화해 보고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오늘은 왠지 늦게 오는 아이들이 고맙게까지 느껴진다. 선생님 글 쓰세요 하고 의외의 시간을 선물한 것만 같다.

한동안 드라마에 빠졌을 때는 여유가 생길 때 마다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봤다. 책에 빠져 살 때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책을 들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항상 글을 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날아다니는 하늘의 새를 보면서도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한다.


잠시 조용한 교실에 앉아서 얼마 전 강가에서 본 한 가족을 기억했다. 이곳 학생들과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작은 강가에 갔다. 학생들과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저 멀리 한 젊은 여자와 꼬마 남자 아이가 보였다.

자세히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마와 아들 같았다.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는 물가에서 왔다 갔다 뛰어다니며 재미나게 놀고 있었고 젊은 엄마는 그런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낮은 두 언덕 사이로 잔잔히 흐르는 물결, 그리고 물결 위로 비취는 붉은 빛 노을은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가에 평화로이 자연을 즐기는 엄마와 아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의 할머니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가 가까이서 물고기를 잡았는지 작은 물고기들이 붙어 있는 그물을 가지고 왔다. 긴 대나무 창살 사이로 연결 되어 있는 그물, 그리고 그 안에 작은 피라미들.

한동안 할머니도, 아이도, 아이의 엄마도 잡아온 물고기들을 떼어 내느라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꼬마는 할머니가 잡아온 물고기가 신기한 듯 그물을 살핀다. 할머니는 아이 앞에서 영웅이 된 듯 매우 자랑스러운 눈빛이었다.

아마 그날 저녁 식사는 물고기 카레였을지도 모른다. 온 가족이 모여 물고기를 먹으며 할머니의 물고기 잡는 영웅담을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떤 요리가 나왔는지는 정확히는 몰라도 분명 작은 물고기들 덕분에 가족들은 특별한 저녁식사를 했을 것이다.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의 식단은 매우 간단하다. 밥과 망고 피클(화장품 맛이 나는 독특한 인도 음식) 그리고 야채 한 가지. 그래서 음식을 제대로 갖춰 먹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가의 물고기는 신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다. 오늘 그 선물을 더 많이 받은 이 가족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한국의 어느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는 가족 식사 보다 더 맛있고 끝내 주는 생선 파티를 나눴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마저 행복해 진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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