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
인도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도시나 고속도로 옆에 산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운치 있는 곳이면 대부분 길이 험하곤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조금만 달리면 아무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나온다.
양 옆으로는 차밭이 펼쳐져 있고 길 주위의 가로수들은 백년이 훨씬 넘은 시간을 그곳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아주 장엄하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그곳을 지날 때면 굵은 늠름한 나무위로 쭉 뻗은 나뭇가지들과 나뭇잎들을 보며 몇 번이고 감탄을 하곤 했다. 거기다가 길까지 잘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야. 인도에 이런 멋진 길이 있다니. 여보 정말 멋지다.”
나는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 밀고 길게 뻗어 있는 가로수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남편도 운전을 하며 창문을 한껏 열어 놓고 한 손으로 노목들이 주는 그 상쾌한 공기들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곳이었다. 몇 백 년의 역사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것 같은 그런 길.
그런데 얼마 전 이 지역의 이차선 도로가 사차선으로 늘어난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쁜 소식이었다. 이곳 팔라카타에서 큰 도시까지 가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지역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길게 쭉 뻗은 굵은 나무들. 그 나무들이 도로 확장에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몇 주 전 남편과 그 길을 지날 때는 이미 많은 트럭들과 인부들, 그리고 굴삭기가 나무의 가지들을 자르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 이 나무 만은 남겨두면 좋을 텐데......
굵은 가지들을 뻗고 있던 그 늠름했던 나무들은 사고를 당한 듯 하얀 속살을 보이며 슬프게 서 있었다. 그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아주 초라해 보였고 쓸쓸해 보였다.
좀 더 좋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빠른 소통을 위해서 전화를 사용하는 대신 우리는 애틋하고 설레었던 편지를 잃어버렸고
긴 명절에 가족 간의 여행을 즐기게 된 대신 먼 친척들과 모여 앉아 서먹하면서도 정감 있는 명절을 지내지 못하게 됐다.
핸드폰만 두드리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소하게 도서관이나 서점을 방문해 책을 읽는 일은 연중행사가 되어버렸다.
빨리 일할 수 있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지금 우린 잠시 앉아서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여유를 떠나보냈다.
긴 시간을 그곳에 서 있었을 나무들을 쳐다봤다.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보내야 하는 것이 나무뿐만이 아닌 소중했던 추억이고 따뜻했던 기억들인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