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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an 22. 2018

소박한 결혼식 소박한 사진기사

나는 자원하여 결혼식 사진기사가 되었다.


키란에게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 키란 보다 나이가 좀 많은 예비 신랑 가난 했지만 그녀를 정말로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키란과 예비 신랑의 부족 간의 결혼은 어른들에게 그리 유쾌한 소식이 아니었다. 인도에는 다른 카스트나 부족 간의 결혼은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결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긴 반대에도 사랑을 굳건히 지키더니 드디어 결혼 날짜를 받은 키란.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왠지모를  무거움이  있었다.


결혼식 날. 결혼식이 10시라고 바로 전날 키란이 문자를 보냈기 때문에 나는 인도 시간을 고려하여 11시에 식장에 갔다. 하지만 식은 12시가 지나서야 시작되었다. 내가 인도를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다. 기다리느라 지쳐 버린 나는 키란이 입장하는 것을 보고 얼굴 도장만 찍고 집으로 돌아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기다리는 키란은 아주 작은 승합차 (우리나라 옛날 ‘다마스’ 자동차 같은 모양)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작은 교회에는 따로 신부 대기실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난 함께 간 친구들과 함께 면사포를 쓰고 있는 키란과 사진을 찍었다.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의 면사포를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열수 없는 것이 이곳의 문화였기 때문에 우리는 가려진 키란과 사진을 찍었다.

신부와 친구들


 키란은 우리를 보며 복잡한 심경을 이야기 했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결혼식이 이뤄지는지. 누가 날 식장에 데려다 줘야 하는지......”

우리는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당연히 너희 아버지지. 걱정하지 마. 아버지가 와서 너를 입장시켜 주실 거고 그렇게 결혼식은 진행될 거야.”

누구에게나 처음인 결혼식. 그래서 키란이 저렇게 초조해 하는 구나했다.

하지만 결혼식을 기뻐하지 않았던 아버지는 그날 결혼식에 결국 참석하지 않으셨다. 결혼식이 진행 되는 내내 나는 키란의 어머니와 키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행복하게만 보여야 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용한 식이 진행 되는 동안 가난한 새 가정을 축하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막상 결혼식을 찍는 제대로 된 카메라 기사가 없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모인 하객들, 촌스러운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들러리 꼬마 아가씨, 한국 돈으로 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하얀색 사리를 입고 있는 신부 그리고 그 모습을 찍고 있는 작은 핸드폰들. 그것이 전부였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신랑 동생


소박한... 아주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얼굴 도장만 찍고 집으로 가겠다던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평생 한 번 뿐인 그들의 결혼식을 남겨주고 싶었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관중들과 들러리 그리고 키란과 신랑의 모습을 담았다.

아마추어 실력으로 찍은 사진들이지만 저 작은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들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주례사를 듣고 있는 키란과 신랑의 모습을 찍기 위해 앞쪽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제 하나가 되는 커플의 얼굴을 바라봤다. 조금 힘들게 결혼에 골인 했고 남들처럼 화려한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결혼식은 행복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니까. 지금부터 부딪히는 어려움은 함께 이겨나가면 되는 거니까.

행복해. 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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