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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an 26. 2018

강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강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오랜만에 다즐링을 방문했다. 우리 지역에서 3시간 정도 차로 가면 도착하는 다즐링은 네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히말라야 산맥과 연결되어 있어서 인도에서도 높은 산과 시원한 날씨로 잘 알려진 곳. 함께 간 친구들과 등반을 하고 오늘은 티스타 강에서 래프팅을 하게 되었다.

큰아이 성민이와 함께 온 인도 친구들이 래프팅 보트에 타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나 그리고 둘째 현민이는 도착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물수제비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 몸보다도 훨씬 큰 바위들이 강 주변에 수북이 쌓여 있었고 우린 그 돌들 사이사이에 있는 모래들과 작은 돌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난 뜨거운 태양빛이 눈부셔 모자를 쓰고 그 위로 다시 손 그림자를 만들어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보트를 들고 래프팅을 시작하려는 일꾼들도 관광객도 아니었다. 주위에 뛰어 다니는 동네 아이들도 아니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강이 훤히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였다.


주변에서 살고 있는 듯 편한 복장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는 신선이라도 된 듯 높은 바위 위에 앉아 흘러가는 강을 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래프팅 보트를 보고 있었다.

자주 나와서 이곳 풍경을 감상하던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바위 사이로 흘러내려오는 티스타 강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난 그 평범한 할아버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뭘 저렇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바위를 세게 치며 내려가는 강물을 보면서 그의 험난했던 지난 기억들을 기억했을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 위에서 반짝이며 흔들리는 햇볕을 보며 따스했던 반짝였던 그의 젊은 시절을 기억했을까. 나는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바위 쪽으로 향했다. 어떤 얼굴을 하고 강을 쳐다보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강을 쳐다보고 계시는 거예요?” 나는 때마침 지나가는 우리 일행의 보트 사진을 찍으며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삐쩍 마른 얼굴에 웃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할아버지. 그는 고개를 끄덕여 나에게 답변을 대신했다. 그리고 다시 강을 내려다봤다.

주름진 얼굴에 축 쳐진 입 꼬리는 그의 지난 삶이 쉽지만은 않은 삶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흘러가는 강 위로 소리를 지르며 큰 아이가 탄 래프팅 보트가 지나갔다. 난 핸드폰 카메라로 줌을 해서 아이의 모습을 여러 장 찍었다. 그리고 사진 가장자리에 할아버지의 모습도 담았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래프팅 보트를 쳐다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도 배를 타는 순간도 모두 소중한 삶의 한 부분이다

할아버지의 삶이 바위에 부딪혀도 다시 모여서 흘러내려가는 강물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든 풍파를 만났어도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는 강물 같은 삶.

우리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슬픔들이 있어도 여전히 흐르는 강물처럼 한결같은 삶이면 좋겠다.


큰 아이가 탄 보트가 지나간 후 우리는 도착지점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햇볕은 여전히 강물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물방울을 더 빛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흩어졌던 물방울들은 다시 모여 강물이 되어 같은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먼지를 날리며 출발하는 자동차 뒤로 여전히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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