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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Dec 18. 2018

기차에서 보는 밤하늘

처음 혼자 인도의 밤기차를 탔다.

일 년 동안 가르친 피아노 아이들의 발표회가 마쳐졌다. 

프로그램을 마치자마자 기차에 몸을 실었다. 메갈라야에서 바로 결혼식이 있어서였다.

급하게 티켓을 구해서였는지 남편과 나는 다른 열차칸이었다. 자리 없이 갈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정말 다행인 샘이었다. 그래도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남편과 떨어져 타는 기차여행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처음으로 혼자 기차에서 밤을 보내야 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남편은 내 자리가 잘 정리된 것을 보고는 다음 열차칸 자기 자리로 갔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기차가 팔라카타를 출발했다. 삼층 칸 침대마다 피곤한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각 층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주황색 천을 두른 승려 두 명과 덩치가 큰 인도 아저씨들. 어떤 사람들은 에어컨 기차에서 제공해 주는 하얀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자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들고 온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내 자리는 통로 바로 옆에 있는 2층 침대 아래였다. 기차에서 준비해 주는 시트를 덮고 가방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내 머리 위에 두었다. 어둡고 조용한 기차 칸에 사람들의 뒤척이는 소리와 간혹 코 고는 소리도 들렸다.

'주위에 다 아저씨들 밖에 없네.' 난 시트로 얼굴까지 폭 덮어 버렸다. 입고 있던 두꺼운 잠바를 배 위에 올려 내 몸집이 좀 더 크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꼭 내가 배가 나온 키 작은 인도 남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겁 많은 내가 혼자 밤 기차를 타고 가게 되었으니 잠이 올리가 없었다. 흔들리는 기차 안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는데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작은 별들이 보였다. 기차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아무리 많은 집들을 지나쳐도 별은 여전히 내 침대 옆 기차 창문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덜커덩 덜커덩 움직이는 기차의 리듬에 따라 내 몸도 흔들리고 내 창문 안의 별들도 움직였다. 2층 침대를 지지해 주는 쇠고리도 침대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차 칸 어디 선가 꼬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덜컹 거리는 기차 소리에 잠을 깼는지 배가 고파서 잠을 깼는지 한참을 칭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시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아기 울음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창문 안에서 반짝이는 별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내 몸을 움츠리게 하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나도 기차의 리듬에 맞춰서 그 밤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참 예쁜 밤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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