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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Oct 29. 2019

외국에서 한국을 느끼는 방법

나는 보물찾기 하듯이 한국을 찾는다

지난 주말은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디왈리 축제가 있었다. 빛의 축제라고도 불리는 이 축제 때는 많은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린다. 그리고 집집마다 또 길거리마다 반짝이는 불빛들로 장식을 한다.

디왈리 축제 덕분에 아이들에게 휴일이 생겼다. 지난 방학 때 남편이 출장을 가는 바람에 아이들과 외출을 하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는지 남편은 가족끼리 큰 도시로 나들이를 가자고 이야기했다.

디왈리 축제를 위해 꾸며진 거리

우리가 지내는 곳은 시골이다. 큰 건물보다는 코코넛 나무와 바나나 나무가 더 많은 인도 중에서도 시골이다. 그래서 가끔 한국이 그리울 때면 3시간 떨어진 곳으로 쇼핑을 간다.

잘 깔린 아스팔트 길을 달리다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인생 다 산 듯이 길 한 중간에 잠을 자고 있는 염소들을 피하고 나면 어느새 속도를 줄이라고 소들이 천천히 도로 중간으로 걸어간다. 인도에서 살면서 도로가 자기 집인 마냥 천천히 걸어가는 소들을 자주 보는데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어디선가 많은 나무들을 베었는지 그 무거운 나무 막대기들을 머리에 지고 집으로 향하는 여인들을 지난다. 빨간색 아이스박스를 싣고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그 무더운 더위를 가르며 자전거를 굴리는 아이스크림 장수 아저씨들을 지난다.

나는 인도의 어느 모습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모두가 내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 속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도를 나의 인생 교훈 책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대 도시로 향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곳에 한국 베이커리가 있기 때문이다. 공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큰 몰 안에 있는 한국 베이커리에 들어갈 때면 난 크게 숨을 들이쉰다. 인도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부드럽고 달콤한 한국 빵 냄새를 맡는 기본 예의라고나 할까.

크림빵, 소보루 빵. 딸기 크림빵. 나는 진열돼있는 빵을 고르면서 한국을 함께 담았다.


빵을 다 사고 다시 다른 쇼핑몰로 향했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고 그냥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이었다. 인도 향신료 맛이 많이 나는 피자를 먹고 쇼핑몰을 구경하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밥그릇이었다.

결혼할 때 작은 숙모가 주셨던 코렐 그릇 세트를 그대로 인도로 가져온 지 9년.

그렇게 튼튼하다는 코렐도 시멘트 그리고 타일이 깔린 인도 집 바닥에 떨어지니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내가 깨고 아이들이 깨고 손님이 깨고. 그렇게 가지고 있던 밥그릇을 모두 깨버려서 인도 사람들처럼 넓은 접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리웠던 한국 모양의 밥그릇이 쇼핑몰에 진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단아한 한국 무늬의 밥그릇이었다. 나는 한참을 쳐다보면서 한국을 느꼈다.  

그리고 그 한국의 분위기를 우리 집에까지 데려왔다.

반갑다. 그릇아. 맛있게 먹겠습니다. 한국빵.

다음 날 아침, 나는 몇 년 만에 넓은 접시가 아닌 오목한 한국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 그날 아침밥은 다른 때보다도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밥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가 식탁 위에 놓여 있어서였을까.


해외에 사는 나에게 한국은 오목한 밥그릇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처럼 달콤하다.

그래서 한국이 그리워질 때면 나는 보물 찾기를 하듯이 한국을 찾는다. 유튜브에서 찾은 9시 뉴스 동영상에서 나오는 뉴스 시작 음악을 들으면서, 친구가 보내 준 한국 라면을 끓이면서, 그리고 한국에서 사 온 (아껴두었던) 색깔 펜을 쓰면서 그렇게 나는 한국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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