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과 아이의 특별한 사랑
그들 사이에는 내가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집 아이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
어렸을 적부터 인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과 친구가 되었다.
특별히 큰아이 성민이는 더 특별하다
메뚜기를 수 십마리 잡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도마뱀을 열 마리 넘게 잡아와 집에서 기르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나무에 달려있던 뱀까지 잡아와 집에서 기르고 싶다고 하는 성민이.
이 아이에게 자연은 집이자 놀이터였다.
우리 집에는 토끼 세 마리와 닭 한 마리, 앵무새 두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개 두 마리가 있다. 그리고 나는 애완동물로 치지 않지만 성민이가 제일 아끼는 도마뱀 한 마리가 있다.
영어로 ‘water monitor’ 라는 이름을 가진 물 왕 도마뱀을 잡게 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집 앞에서 고양이와 싸우고 있던 작은 물 왕 도마뱀을 아이가 발견한 것이었다.
다행히 그때 아주 큰 물고기 어항을 지인이 주었던 터라 성민이는 그곳에 흙을 넣고 물을 넣어 주고 나름 멋진 도마뱀 집을 만들어 주었다.
혓바닥 모양은 꼭 뱀과 같은 징그러운 도마뱀이 뭐가 좋은지 학교 가기 전에 또 학교 갔다 와서 시간만 나면 메뚜기를 잡아 주며 도마뱀을 키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마뱀도 성민이의 손길에 익숙해 졌는지 성민이가 손으로 잡아도 깨물지 않았고 성민이가 잡아온 메뚜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먹곤 했다. 성민이에게 도마뱀은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자 자랑거리였다.
누가 집을 방문하던지 꼭 도마뱀이 살고 있는 집을 보여주면서 자기의 도마뱀을 자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도마뱀뿐만 아니라 다른 애완동물이 너무 많았다. 특히 도마뱀을 공격할 수 있는 고양이들이 세 마리나 되었다.
아이들이 잠시 도마뱀 집의 문을 열어 놓은 사이 아기 고양이 롤리가 도마뱀의 집에 들어가 버렸고 자기보다 작은 크기의 도마뱀을 물어버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성민이가 롤리를 곧바로 쫓았지만 이미 롤리의 날카로운 이빨이 도마뱀의 몸에 들어간 후였다.
아이가 만들어 준 집에 들어간 도마뱀내가 피아노를 가르치고 남편 사무실로 갔을 때 성민이는 남편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고 있었다. 성민이는 롤리가 도마뱀을 물어버렸다며 이제 도마뱀은 죽을 거라고 엉엉 울었다.
성민이가 얼마나 도마뱀을 아껴왔는지 또 어떻게 키워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한참을 울던 성민이는 다시 집에서 도마뱀을 돌봤다. 다행히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아마 죽어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고 축 늘어져 있던 도마뱀.
성민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도마뱀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도마뱀의 몸에 약을 발라주었다. 매몰찬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죽은 거라고 빨리 갖다 묻으라고 이야기 했다.
다 죽어가는 도마뱀을 잡고 울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기 싫었고 속상했다.
하지만 성민이는 도마뱀을 포기 하지 않았다. 잠들 때 마다 아이는 하나님께 도마뱀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매번 도마뱀을 어루만져 주고 메뚜기를 잡아 억지로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성민이의 사랑을 느낀 것일까? 죽은 것만 같았던 도마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몸을 숨기기도 하고 집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성민이는 행복해 했다. 남편은 움직임이 무뎌진 도마뱀을 보며 고양이에게 물려서 뇌졸중이 왔거나 마비가 왔을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성민이에게는 도마뱀이 살아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도 도마뱀은 우리 집 거실 창문 바로 밑에 큰 어항에서 살고 있다. 성민이는 매일 마다 집 근처를 뛰어 다니며 메뚜기를 잡는다. 그리고 도마뱀은 성민이의 간호를 받으며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것일 수 있다. 난 아직도 성민이와 도마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도마뱀은 성민이의 사랑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성민이를 보면서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이 아닐까?
성민이와 도마뱀 사이에는 특별한 사랑이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