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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l 20. 2017

고양이 릴로에게 동생들이 생겼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랑할 줄 아는 고양이

고양이 릴로에게 동생들이 생겼다.     

릴로가 우리 집에 잘 적응해서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을 때 쯤.

우리 집 두 꼬마는 학교 선생님 댁에서 2마리의 주황색 빛의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이제껏 주황색 빛의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던 터라 아이들은 더 흥분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릴로가 걱정이었다. 이제 우리 집에 적응해서 사랑을 받고 있는데 동생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오전 까지만 해도 시간만 나면 우리 옆에 와서 그르렁 거리며 행복을 표현하던 릴로가 두 마리의 오렌지 빛 동생들을 보더니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하면서 새끼 고양이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새끼 고양이 롤리와 팝도 지지 않고 털을 뾰족 세우며 자기들 보다 큰 릴로를 경계했다.

동생들을 만나 안절 부절 못하던 릴로


처음은 항상 어렵다


아이들과 내가 릴로에게 이 상황을 몇 번 설명해 주었는지 모른다.

“릴로야. 얘들은 롤리와 팝이야. 이제부터 너와 함께 살 동생들이니까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릴로는 그 말을 못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하긴...... 말을 이해하는 어린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거늘.


성민이가 그랬다. 두 돌이 되기 바로 전 동생을 본 성민이는 갓난아기였던 동생 현민이 배위에 올라가고 소리를 지르고 때론 엄마가 동생을 안지도 못하게 했었다. 그렇게 몇 달을 고생했다. 아니 지금도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이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매시간 동생과 싸우는 것을 보면 말이다.     

릴로도 그랬을 것이다. 너무 행복하고 세상에 자기만 사랑 받는다 생각했는데 예고도 없이 떡하니 두 동생이 생겼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니었을까?


그날 밤 늦게까지 릴로는 새끼 고양이 롤리와 팝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우리는 여전히 릴로를 사랑해” 라고 말하며 릴로를 안아줘도 으르렁 거리기 일쑤였다. 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릴로가 지금 사춘기인가봐. 동생들을 만나고 나서는 엄청 까칠해졌네.”

이렇게 예민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러자 성민이가 말했다.

“엄마. 지금 릴로는 질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새끼 고양이를 더 좋아하니까요. 그러니까 릴로를 더 만져 주고 예뻐해 줘야해요.”

‘이 녀석. 기억도 나지 않을 텐데 어쩜 저렇게 동생이 생긴 릴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는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남편과 큰 도시를 방문하고 밤늦게 들어오는데 성민이가 사진하나를 보내왔다. 릴로와 롤리, 팝이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저렇게도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어쩌면 저렇게 빨리 동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동생이 생긴 지 2주가 지난 지금 릴로는 부쩍 자랐다. 몸뿐만 아닌 마음까지도 말이다.

엄마와 일찍 떨어진 동생들이 다리를 다치고 길을 잃었던 자신의 모습 같아서였을까? 시간만 나면 얼굴을 닦아 주고 요즘은 동생들이 자신의 젖을 엄마 젖이라 생각하고 빨기 시작하면 가만히 누워 있는다. 젖도 나오지 않는 젖꼭지를 롤리와 팝이 빨아서 피가 나는데도 릴로는 가만히 누워서 자기의 젖꼭지를 동생들에게 빌려준다.

아무리 아기 고양이들을 강제로 떼어 놔도 다시 릴로는 동생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젖을 빨게 해준다.      

어디를 가나 같이 움직이고 밥을 먹을 때도 동생들 먼저 먹게 양보이 릴로.

대견하다 못해 안쓰러운 우리집 첫째 고양이.

릴로는 동생을 만나 너무 일찍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그르렁 거리면서 내 무릎에 올라와 애교를 부릴 때면 난 어딘가 앉아 있는 릴로를 찾는다.

이제는 동생 먼저 사랑받아도 된다며 멀찌감치 누워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내 사랑 릴로.


“릴로야! 난 그래도 네가 제일 좋아. 조금 덜 그르렁 거려도 괜찮아. 난 네 모습 그대로 사랑해.”

잠자고 있는 릴로를 꽉 껴안아 본다. 싫다고 꿈틀거리는 릴로의 그 모습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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