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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n 16. 2017

은근히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친구

앵무새 미투에게 친구가 생겼다.

“엄마, 엄마 이거 보세요. 앵무새에요. 사회 선생님이 주신 거예요. 선생님 집에 7년 키운 앵무새가 있는데 또 누가 숲 근처에 떨어진 이 앵무새를 줬나 봐요. 그래서 우리 보고 키우라고 주셨어요.”

현민이는 선생님 집에 자기가 놀러갔기 때문에 이 앵무새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성민이도 이번만은 동생 덕분이라고 했다.

‘두 녀석이 오랜만에 한 마음이 된 걸 보니 정말 앵무새가 좋긴 좋은가 보네.’      

미투는 사진 찍히는 법도 안다

그날부터 미투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미투’는 인도에서 흔하게 앵무새를 부를 때 사용하는 이름이다.

미투를 위해 안방 창문과 연결해서 작지 않은 새장을 만들었다. 미투는 자기 방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 했다. 아이들은 매일 마다 바나나, 망고, 토마토 등 집안에 있는 과일들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안방 창문 앞에 와서 뾰족한 부리로 창문을 두드리면서 이야기 한다.

“헬로! 데이비드”(데이비드는 현민이의 영어 이름이다.)

“하우 와 유?”(잘 지내?)

“성민아~~” “미투~~”     

혼자 있다는건 가끔 외롭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한다. 얼마나 시끄러운 지 알람시계가 따로 없다. 하지만 아침마다 창문 앞에 서서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는 미투의 모습을 볼 때면 왠지 외로워 보였다. 넓고 좋은 새장에 살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혼자 였던 미투.     


미투가 아이들 손 위에 올라와 말을 따라할 정도로 우리와 친해 졌을 때 쯤 미투의 새로운 친구가 도착했다. 6개월 전 미투가 처음 집에 도착했을 때처럼 짧은 꼬리에 조금 작아 보이는 미투의 친구는 우리 밭을 정리해 주던 트랙터 아저씨가 선물로 준 것이었다.

미미는 좀 투박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미미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된 또 다른 앵무새.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투의 친구가 도착하자 성민이 현민이는 신이 났다.

“엄마! 미투가 얼마나 좋아할까요?”

아이들은 창문으로 보이는 미투와 미미를 한참 지켜보았다.

하지만 미투는 미미를 본 듯 만 듯 했다. 새로 온 친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멀찌감치 않아 있는 두 앵무새들.

둘은 언제쯤 낮에도 친하게 지낼까

어쩌면 미투는 이미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공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이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미투가 외로워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우리의 착각이었을까?     

일주일이 지났지만 둘은 함께 하지 않았다. 때론 음식 때문에 싸우기도 했고 목욕하는 욕조를 차지하려고 눈치작전을 펴기도 했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처음으로 미투와 미미가 같은 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낮 동안 그렇게 모른 척 하고 싸우더니 밤이 되자 말없이 함께 앉아있던 미투와 미미.

때론 밤늦게 몰아치는 폭풍우에도, 늑대처럼 울어대는 들개 소리에도 둘이 함께여서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이슬 가득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이다. 둘이 함께여서.     

조금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같이 있는 두 친구

그렇게 미투와 미미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 집 꼬마 녀석들처럼 매일 마다 싸워 대지만 어느새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미투는 누가 어디 없냐고, 내 친구가 되어 줄 수 없냐고 하염없이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멀찌감치 앉아 있는, 조금만 가까이 가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친구. 그런 친구.

나랑 만 친구 하자고, 나랑 만 놀아야 한다고 그래야 진짜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 보다

조금은 떨어져 있는 것 같으나 가끔은 서로 소홀 한 것 같아도 내가 필요할 때 말없이 내 곁에 서 있어 줄 수 있는 친구.

싸웠다가도 스스럼없이 밥이나 같이 먹자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난 그런 친구가 좋다. 서로에게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좋은 친구가 되거라 지금처럼

달빛만 그윽하게 비취는 밤 미미와 미투가 가까이 앉아 있는 줄이 조금씩 흔들린다.

그리고 그 흔들림에 맞춰 풀 숲 사이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합창단이 고요한 자장가를 불러준다.

그런 친구, 그런 친구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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