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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보면 생각나는 것들
By 모두미 . Jun 07. 2017

그때 릴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집에 왔다.

말로 사랑하는 것은 쉽지만 진짜 행동으로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특히 그 상대가 평범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일 때는 말이다.

     

성민이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손바닥만한 작은 고양이는 뒷 다리를 다쳤는지 앞다리로만 걸었다. 작고 볼품 없는 고양이를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이야기 하지는 않고 너무 불쌍하다며 집에서 키우자고 이야기 한다. 집에 있는 동물만 개 한 마리에 앵무새 두 마리 토끼 다섯 마리 그리고 닭 10마리까지 엄청난 숫자의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있는데 또 고양이라니.

가끔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고양이가 이미 2마리가 있는 상황이라 난 고개를 저었다.


“성민아. 우리가 데리고 있는 고양이랑 동물들만 해도 몇 마리니. 안 돼. 게다가 다리까지 다친 고양이를...... 빨리 제자리에 갖다놓고 와.”

난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 했다. 성민이는 의외로 불평하지 않고 고양이를 데리고 나갔다.


‘예쁜 고양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다리 다친 고양이라니. 불쌍하긴 해도 난 감당할 자신 없어’

난 혼자 마음을 되잡았다. 이번은 절대 안 된다.

오후가 되었을까? 방바닥에 우유 떨어진 자국들이 여러 군데 보인다. 자국을 따라 가보니 문 옆에 쌓여 있는 물건들 사이에 아까 그 작고 다리가 불편한 고양이가 있었다. 작은 통에 담긴 우유를 보니 아이들이 엄마 몰래 숨겨 놓았나 보다.

‘요놈들. 그렇게 안된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렇게 릴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우리 집을 거쳐 간 많은 고양이들이 있지만 릴로는 달랐다. 자기 다리가 아파서 주인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지 그 어떤 고양이보다도 예쁜 짓을 많이 했다. 우리 곁에 와서 그르렁 그르렁 거리며 자신의 행복한 기분을 표현한다던지 작은 줄이나 구슬을 가지고 혼자 구르면서 논다 던지. 릴로는 조금씩 리의 가족이 되었다.     

가끔 릴로는 꼭 사람 같다

아픈 동물은 키우고 싶지 않다는 나의 차가웠던 마음이 귀여운 릴로의 애교에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릴로의 다리가 조금씩 힘을 얻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고양이들이 잘 하는 요가 자세로 몸을 닦는 것은 하지 못한다. 목 주위가 간지러워 긁고 싶어도 다리가 목까지 올라가지 않아 허공을 긁고 있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하지만 질질 끌며 다니던 뒷다리가 이제는 뛰어 다닐 정도로 회복 되었다.      

요즘은 릴로를 키우지 않겠다던 내가 매일 이런 말을 하고 다닌다.

“아이고, 우리 릴로가 어떻게 우리 집에 왔지? 너무 사랑스러운 우리 릴로”

그럼 큰아이가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엄마, 그때 릴로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어떡할 뻔 했어요? 나 잘했죠?”

“그래. 우리 성민이 잘했다. 아주 잘했어.”     

어쩌면 난 사람도 동물도 정상적이기만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웬만하면 더 나은 사람과 친구 하고 싶어 하고 뭔가 결핍되어 있는 사람과는 조금 떨어져 있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의 편견으로 릴로처럼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을 발견하지도 못한 채 거리감을 두고 가까이 가지 않았던 건 아닐까?

지금 부터라도 조금 불편하고 다른 모습도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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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초보 작가.
이제는 인도 옷이 더 잘어울리는 7년차 인도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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