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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y 03. 2018

돌려 보내주는 사랑

딱따구리 새 우디와 성민이 이야기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비뿐만 아니라 강한 바람까지 불어 집이 통째로 날아갈 것만 같던 그날 밤.

나뭇가지들이 많이 부러지고 나무에 살던 새들은 살 곳을 잃었다.


“엄마. 이것 보세요. 딱따구리예요. 아난또 삼촌이랑 새끼 새들이 잘 자라는지 보러갔다가 데리고 왔어요.”

“새를 왜 데리고 왔어. 엄마랑 가족들이랑 같이 살게 해야지.”

걱정하는 나의 얼굴을 보며 성민이가 말했다.

“엄마. 그게 아니라요. 며칠 전에 비가 많이 왔었잖아요. 그때 비가 많이 와서 그랬는지 둥지도 망가지고 다른 딱따구리는 벌써 죽어서 썩은 내가 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혼자 있던 거예요. 얘한테도 썩은 냄새가 많이 나요. 그래서 조금만 키워주다가 놓아 주려고요.”  

아이의 팔 위에 앉아 있는 우디

꽤 자란 아기 딱따구리였다. 털도 제법 다 자랐고 덩치도 작지 않았다. 그저 아직까지 잘 서있지 못하고 날지 못한다 뿐이었지 겉모습은 거의 어른이었다.

성민이는 작은 딱따구리의 아빠가 된 양 바쁘게 인터넷을 찾으며 아기 새를 키우는 법을 공부했다. 30분에 한 번 씩 밥을 줘야 한다는 것을 알아 낸 성민이는 알람을 맞춰 놓으며 딱따구리에게 밥을 주었다. 물론 성민이가 학교에 갔을 때는 나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성민이는 딱따구리의 이름을 ‘우디’라고 지었다. 나무를 좋아한다는 뜻에서 나무를 뜻하는“Wood(우드)”에서 가져온 이름이었다. 우디는 며칠 간 아이의 방에서 성민이가 주는 것들을 먹으며 잘 지냈다.


저녁때면 성민이는 우디에게 나는 연습을 시키곤 했다.

조금씩 나는 거리를 늘여가던 우디.

우디는 아직 착지하는 법을 잘 몰라 꼭 초보 운전자가 빠르게 운전하다가 급정거하는 모습 같이 급하게 땅으로 내려앉곤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우디가 잘 있는지 먼저 살피고 밥을 챙겨주던 성민이. 아이는 우디의 아빠 노릇을 생각보다 잘 하고 있었다.


학교가 마친 후 성민이는 동생과 다른 친구와 함께 우디를 자연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우디에게 나는 연습을 시켰다. 한 번 두 번 우디가 날기 시작하더니 성민이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높이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디는 아주 높은 나무 꼭대기로 날아갔다. 바로 우디의 집이 있던 곳이었다.

앙상한 나무만 남은 죽은 나무 중간 쯤 있는 나무 구멍에는 우디와 가족들이 살았고 그 위쪽에는 다른 새들의 둥지가 있었다. 우디는 그 둥지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디는 그렇게 자기가 살던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성민이는 인사도 없이 날아가 버린 우디를 보면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마 좀 늦게 나는 연습을 시킬 껄 하면서 후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디가 금방 날아가서 서운하지?”

“네. 엄마. 근데 우디가 아직 사냥하는 법을 잘 모르는데 그게 걱정 되요. 혼자 잘 살 수 있을지 말이에요. 그래도 이번에는 제가 잘 키워서 보내줬죠?”

“응. 너무 잘했다. 아들. 아마 우디도 집을 만들고 적응하면서 살아 갈거야. 혹시 너무 힘들면 우리 집으로 돌아올 지도 모르고.”

성민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에도 아픈 동물들,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보면 제가 돌봐주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줄 거예요.”

아이는 진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어느 때 보다 더 화창한 날 우디는 제 삶을 찾아 날아갔다. 이제 날기 시작한 우디가 숲속에서 정착하는 동안은 큰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집 근처 숲으로 날아간 우디가 가끔 성민이를 기억해서 우리 집 쪽으로 날아와 주기를 바랐다.

참 화창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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