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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Sep 11. 2017

달팽이야. 여기 있으면 안 돼!

남을 배려하는 마음


아침마다 아이들은 같은 길을 걸어간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이 되고 비가 온 후에는 질퍽거리는 길이 된다.

요즘은 비가 자주 와서 길이 많이 질퍽거린다.

그리고 질퍽거리는 길들 사이에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는 신사 친구들이 있다.

바로 달팽이들이다.     

달팽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잡음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급하게 걸어갈 때도 때론 오토바이가 시끄럽게 지나갈 때도 자기들만의 세상에 맞춰 움직인다. 천천히 아주 우아하게 움직이거나 때론 길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세상없이 평온하게 앉아 있기도 한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거나 동물들 발에 밟히기 십상이었다.      


오늘 아침도 수 십 마리의 느린 달팽이들을 피해가던 성민이가 발을 잘못 디뎌서 달팽이 한 마리를 밟고 말았다.

“아. 엄마 어떡해요. 내가 달팽이를 밟아 버렸어요.”

나 역시 걷다가 실수 달팽이를 밟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달팽이를 밟는 순간 드는 그 느낌은 사실 그리 유쾌하지 않다. 성민이는 달팽이를 밟았다는 사실을 너무 속상해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길 중간에 있는 달팽이들을 풀숲으로 옮기면서 걸어갔다.

“엄마. 조심해요. 달팽이.”

“응. 알았어. 엄마도 봤어.”

그런데 성민이가 내가 달팽이를 밟지 않고 안전하게 지나간 길에 있는 달팽이도 다시 옮겨 놓기 시작했다.

“성민아. 엄마가 달팽이 안 밟고 지나왔는데 왜 그것도 치워?”

“엄마가 우리 학교 데려다 주고 돌아올 때 또 밟으면 안 되니까요.”


“달팽이야. 여기 있으면 안 돼. 우리가 옮겨 줄게.”


성민이 현민이는 허리를 굽혀가며 열심히 달팽이를 옮겼다.     

말없이 아이들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던 달팽이들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작은 목소리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고.... 마....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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