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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23. 2017

굿바이 록키

반려견을 떠나 보내는 방법

1년 반 우리와 함께 생활한 강아지 록키가 우리를 떠났다.


아이들 학교가 끝날 시간이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들을 맞으러갔다.

“어? 엄마 왜 왔어요?” 

“엄마? 선생님 보러 왔어요? 록키는 어때요? 록키 괜찮아요?”

아이들 마중을 잘 안나가던 내가 학교에 오니 아이들이 이상했나 보다.

“응. 록키가....... 오전에 죽었어. 집 옆에 바나나 가든에 묻고 오는 길이야.”

아이들은 믿을 수가 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얼굴을 돌렸다.

“엄마. 록키 보고 싶어요. 어떻게 이렇게 금방 죽어요? 아... 록키.”

현민이는 엉엉 울었다.

“야. 남자는 울음을 참아야 하는 거야. 마음으로 우는 거랬어.”

큰아이 성민이는 어디서 들었는지 어른처럼 울음을 참고 있었다.

“형. 지금은 다르잖아. 나는 록키가 죽어서 너무 슬프다고.”

나는 우는 현민이를 토닥이며 옆에 앉아 있는 성민이를 봤다.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터질 것은 풍선처럼 아이의 눈에는 슬픔이 있었다.


록키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고작 하루 전이었다. 밥도 물도 먹지 않는 록키를 보며 오후가 되어서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의사를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혀를 내밀며 거칠게 숨 쉬는 록키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고 잠을 잤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가까스로 수의사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록키의 상태가 전날 보다 더 심각해진 후였다. 수액과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맞았지만 록키는 더 힘들어 보였다.


주사를 맞고 간신히 몸을 움직이면서도 자꾸 일어나서 어디론가 걸어가려고 했다. 나는 아픈 록키가 지저분한 곳으로 가게 될까봐 집 앞에다 묶어 놓고 잠시 일을 보러 갔다 왔다. 그리고 그것이 록살아있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인도 친구는 내게 말했다. 신실한 개들은 주인에게 자신의 죽음을 보이고 싶지 않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죽는다고 했다. 록키는 아마 자신에게 죽음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아서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자꾸 집 바깥으로 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록키는 아주 착한 개였다. 절대 다른 개들을 물지 않았고 염소를 쫓을 때도 절대 물지 않는 인도에서 보기 드문 친절한 개였다. 내가 오피스에 가면 오피스에 와서 잠을 자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피아노 교실로 가면 피아노 교실 바깥에서 기다리곤 했다.

아침 조깅을 할 때면 나보다 더 신이 나서 뛰어 가던 록키.


잠들기 전 성민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오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록키가 꿈에 나올까요? 나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성민아. 슬플 때는 울어도 되는 거야.”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성민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낮 동안 참아왔던 그 슬픔을 눈물로 쏟아냈다.

“록키가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 나도요.” 두 아이를 꼭 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반려견. 나는 강아지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개는 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록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자꾸 흘러나오는 눈물이 왠지 어색했다.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 주책없이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지?’

동물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어른으로 써 부끄러운 일이라는 편견이 있어서였을까? 눈물을 참고 또 참았다.

아이들을 등교 시키고 돌아오는 길. 록키가 잠들어 있는 바나나 가든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꼭 시련의 상처를 느끼는 그런 시린 마음처럼, 참으면 참을수록 가슴 한 구석이 쓰라렸다. 결국 나는 홀로 오피스에 앉아 흐느껴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문을 열고 습관처럼 록키를 부르는 나를 보며 록키를 마음으로 보내기 까지 조금 슬퍼해도 괜찮다고 나 스스로 다독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록키는 이미 우리의 진짜 가족이 되어 있었다.

록키야.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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