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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Feb 22. 2017

모든 것에 실패 하는 너

존재감 없는 막내 강아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몇 주 전 주인 없는 개가 우리 집에서 새끼를 낳았다. 이미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던 터라 부담이 되었지만 꿈틀거리는 작은 생명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응원 속에 다섯 마리의 까만 아기 강아지들이 태어났다. 큰 박스 안에서 꿈틀 거리며 엄마의 젖을 빨더니 어느새 눈을 뜨고 이제는 움직이기 까지 한다.


남편이 말한다. “똥개들은 요만할 때가 가장 예뻐”

맞다. 강아지가 자라면 일명 똥개로 변한다. 이름 없어 너무 평범한 큰 개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에는 그런 개들이 너무나 많다.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만 해도 열 마리가 넘는 개들을 만난다. 다행히 웬만한 인도 개들은 사람을 무서워한다.     


다섯 마리의 강아지 중에 한 마리가 유난히 작았다. 새끼를 낳을 때 지켜봤던 큰 아이가 마지막으로 태어난 강아지라고 했다. 많이 먹지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하던 이 강아지가 정말 살 수 있을까 걱정 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형제들은 더 커지는데 유독 잘 먹지 못하는 막내 강아지는 잘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는지 큰 형들은 막내를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잠잘 때도 다른 곳으로 쫓아내고 밥을 먹을 때도 으르렁 거린다.

낮잠을 잘 때도 밤에도 꼭 이 막내 강아지는 혼자였다. 말이 통한다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설득이라도 해 볼 텐데 참 보기 안쓰러울 뿐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뒷 베란다를 치우러 나가 보니 밖에 나갔던 엄마 개가 돌아와서 새끼들에게 젖을 주고 있다. 필사적으로 매달려 먹는 네 마리의 강아지들 뒤에서 작은 계단 하나 올라오지 못해 엄마 젖을 먹지 못하고 울고 있는 막내 강아지를 봤다.

삶은 전쟁이다

‘낑낑낑낑’

다른 강아지들은 쉽게 올라가는 그 작은 계단이 그 몸집 작은 막내 강아지에게는 큰 산으로 보였으리라.

계단 하나 올라오지 못해 울고 있는 막내
슬퍼하는 막내 강아지

잠깐 계단을 내려가 막내 강아지를 올려주었다.

큰 형들 사이에서 젖 하나 물기 힘들어 하는 막내.

엄마 젖을 먹으려면 젖을 물고 오래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엄마 젖을 먹는 막내 강아지

몇 번씩 힘이 들어 떨어지더니 그제야 형들 사이에서 엄마 젖을 먹는다.     


참 못난 너.

잘 짖지도 못하고 계단조차도 못 올라가는,

자꾸 실패하는 너.

엄마 젖 빠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너

아무도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는 존재감 없는 너.

그런데 난 자꾸 약해 빠진 네가 눈에 들어온다.

약하고 실패자 같은 너의 모습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괜찮다.

조금 힘들어도,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도,

자꾸 넘어져도, 누구도 네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도,

누군가는 너를 보며 응원 할 테니까.

누군가는 너를 보며 용기를 얻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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