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데 조건이 필요할까
얼마 전 우리 집 주위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왔다. 길을 잃었는지 아니면 가족을 잃어서 이곳까지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강아지는 혼자였다. 우리 집에는 이미 키우는 개 ‘심바’가 있는지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식당 옆에 갖다 놓았다. 그곳에는 고만한 아기 강아지들을 8마리나 키우는 어미개가 있었기 때문에 이리 저리 떠도는 것 보다는 강아지 친구들과 식당 음식도 얻어먹으면서 사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강아지는 새로운 곳에서 친구 강아지들과 적응하며 며칠을 지내고 있었다.
그날도 둘째를 등교시키면서 식당 옆에서 그 강아지를 찾아보고 있을 때였다.
“어. 강아지가 안보이네. 다른 강아지들은 다 있는데......”
“엄마. 저기 봐요. 애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있어요.”
교복을 입고 있던 여자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 강아지를 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큰 개 한 마리가 이 강아지를 물었고 강아지는 배 옆쪽으로 큰 상처가 났다고 말했다. 기숙사 아이들이 치료해 주기에는 심한 상처였다.
“얘들아. 강아지 이리 줘. 내가 치료해 줄게”
난 아이들에게서 강아지를 받아 집으로 데려왔다. 둘째 아이는 몇 번이고 잘 치료해 주라고 내게 당부하고는 학교로 갔다.
‘어쩜 이렇게 심하게 상처가 났을까? 어떤 개가 이렇게 작은 강아지를 이렇게 만든 거야?’
강아지를 식당 쪽에 갖다 놓은 것이 나였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강아지야. 난 거기가 훨씬 좋은 곳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 기다려봐. 내가 소독해 주고 빨리 낫도록 해줄게.”
나는 힘없이 쳐다보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이야기 했다.
소독약으로 상처부분을 깨끗이 소독하고 주위의 털을 조금 깎았다. 그리고 전에 사놨던 동물용 약 스프레이를 주위에 뿌려주었다. 강아지는 자신을 치료해 준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작은 박스에 짚을 넣고 보자기를 그 위에 얹어 춥지 않게 잘 수 있는 작은 집을 만들어 주었다. 강아지는 박스 안에서 몸을 움츠리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듯 했다.
온 몸에 벼룩이 가득하고 피부병으로 곳곳에 붉은 상처와 딱지를 가진 강아지.
큰 개에게 물린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강아지.
세상 외로워 보이는 그 강아지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참...... 누구랑 많이 닮았네.”
난 곤히 잠든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
강아지야. 나도 결점도 상처도 많은 사람이야.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누군가는 나를 사랑해 준다는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
사랑은 내 힘든 상황들도, 상처도, 외로움도 다 치료해 주더구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걱정 하지 마. 괜찮아 질 거야. 용기를 내. 너는 충분히 사랑 받을 만한 존재이니까.
덜덜 떨리던 강아지의 몸이 어느새 잠잠해 졌다. 아주 작지만 따뜻한 기운이 강아지에게 전달되었는지 모른다.
‘따뜻한 꿈꾸어라. 사랑 받는 따뜻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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