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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ug 03. 2016

도마뱀 잡는 아이, 도마뱀 잡아주는 엄마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키우는 엄마의 고민

이번 주는 비자 연장을 위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찰서를 다니고 있다. 

외국인으로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비자 연장과 외국인 등록을 할 때면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조금 서글퍼진다.      

오늘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나와 관련된 서류를 받느라 교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쉬는 시간인지 교복을 입은 크고 작은 아이들이 뛰어 다녔다. 세 명의 꼬마 소년들은 교실에서 싸우다가 걸렸는지 교무실에서 선생님께 혼나고 있었고 여자 아이 두 명은 아프다고 선생님을 찾아왔다. 많은 학생들 사이로 들리는 웃음소리와 수다소리를 행복하게 듣고 있을 때 쯤, 한 꼬마 아이가 교무실에 가방을 들고 왔다. 울면서 베트맨 가방을 꼭 잡고 있는 그 아이는 바로 나의 사랑스러운 둘째 아들 현민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현민이는 가방에 까맣고 작은 도마뱀을 넣고 있었고 선생님은 그런 현민이에게 도마뱀을 버리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전에도 학교에서 몇 번 도마뱀을 잡아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깜짝 놀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아마도 오늘도 현민이가 도마뱀을 잡은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았다.

한동안 두 아들이 잡아 오던 도마뱀들

“현민아. 왜 그랬어? 도마뱀은 나중에도 잡을 수 있잖아. 집에서 잡으면 되지.”

“엄마. 집에서는 못 보는 도마뱀이에요. 꼭 키우고 싶어요.”

정말 색깔이 까맣고 특별한 도마뱀 이었다. 

“그래도 학교에 다른 아이들은 도마뱀을 무서워하잖아.”

“엄마. 선생님은 가방에 넣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친구들이 그 가방을 열어서 도마뱀이 도망간 거예요.”

“그래. 현민아. 그래도 도마뱀을 학교에서 잡으면 안 돼.”

“그래도 난 저 도마뱀을 꼭 키우고 싶어요.”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반응은 8살짜리 작은 꼬마 현민이에게 상처가 된 듯 했다. 

울면서 이야기 하는 현민이를 보면서 난 어쩔 수 없이 현민이의 도마뱀을 오토바이 의자 밑에 넣고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고무장갑을 끼고서는 빠르게 도망가는 작고 까만 도마뱀을 잡아서 방 안 작은 상자 속에다 넣어 두었다. (잠자리 하나도 잡지 못하던 내가 진짜 엄마가 되는 순간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 아이들은 곤충, 도마뱀, 거미 등 정말 별 것들을 다 잡아서 집에다 두었다. 물론 며칠 만에 죽거나 몇 달 만에 죽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연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자연들을 끈임 없이 집 안에 가져왔다.

아이들이 도마뱀을 위해 만들어준 작은 공간

그런데 오늘은 현민이의 그 자연 사랑이 선생님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고 말썽꾸러기 아이들에게 수업을 방해할 거리를 주었고, 여자 아이들에게는 두려움을 주었다. 

현민이의 도마뱀을 운 좋게도 엄마인 내가 가져 옴으로 오늘의 사건이 해결되긴 했지만 난 현민이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면서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현민이의 눈물을 보면서 난 여러 가지가 생각났다.

아.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현민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많이 없구나.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자연은 더 깊숙이 현민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구나. 

한국에서 있을 때부터 또 인도에 와서까지 어떻게든 난 아이들이 자유롭게 숲들을 뛰어 놀도록 했다. 다른 인도사람들은 전갈이나 뱀이 나온다고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노는 것을 겁내 하는데도 겁 없는 한국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 탐험놀이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아이의 돌발 행동을 보면서 그리고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곱지 않는 시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 친화 교육이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기엔 너무나 많은 규율들과 장애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상한 교육관을 가진 엄마라는 이름표와 지금 당장 보여줄 수 없는 아이들의 학업 성적까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올챙이를 잡아주는 아들, 그리고 올챙이를 기다리는 야옹이들

자욱한 안개로 가득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어쩌면 도마뱀을 잡는 이상한 아이. 도마뱀을 잡아 주는 이상한 엄마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이 안개 속을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 속에서 더 자유롭고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난 오늘도 문에 붙어 있는 멋진 색깔의 하늘소를 두빠따(인도 스카프)를 이용해서 서슴없이 잡는다. 그리고 작은 박스 안에 넣어 둔다. 집에 돌아와서 하늘소를 보고 세상에도 없는 행복한 미소를 보여줄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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