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Sep 16. 2016

왕따 당하는 보랏빛 닭

당신은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나요?

얼마 전 닭을 몇 마리 데려다 놓았다.

그래도 건강한 것을 사야 한다는 이곳 사람들 말을 듣고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고 마을에서 6마리의 닭을 데려왔다. 한 마리의 수탉과 다섯 마리의 암탉.

그런데 암탉 중 한 마리가 한 쪽 눈을 뜨지 못했다. 아무래도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주인에게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조금만 기다리라며 일주일이 지나서야 새로운 암탉을 가져다주었다.

새로 온 암탉은 조금 작은 듯 했지만 건강해 보였다. 색깔도 다른 닭들과는 다른 보랏빛이 났다.

“이제 친구들이랑 잘 적응하렴. 여기가 너의 새 집이야.”

옅은 보라빛이 나는 암탉

다른 닭들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하루 이틀은 다리를 묶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두었다. 며칠이 지나면 닭장이 자기 집인 것을 안다고 해서.

정말이지 미리 와있던 닭들은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나란히 닭장 안에서 잠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아이들과 상을 차리는데 갑자기 ‘꼬꼬댁 꼬꼬댁’ 하며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설마 우리 닭들이 싸울까 하면서 집 뒤뜰로 뛰어 나갔다.

우르르 몰려 있는 5 마리의 닭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 있는 그 보랏빛이 섞인 예쁜 닭이 보였다. 새로 이사 온 닭은 매우 겁에 질린 듯 했다. 5마리의 닭들이 그 보랏빛 섞인 닭을 사정없이 쪼아댄다. 그 닭은 소리를 지르면서 땅 밑으로 얼굴을 박아 버린다.      

집단 구타였다. 왕따의 현장을 내가 목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암탉들이 시샘을 하는 것인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수탉 역시 함께 그 닭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마도 텃새를 부리는 듯 했다.

불쌍한 보랏빛 닭. 그날부터 심심하면 몰려와서 그 암탉을 쪼아댄다. 밤이 될 때는 모두가 함께 잠을 자다가 잠에서 깨면 새벽같이 그 닭을 한 곳에 몰고는 괴롭혔다.

한차례 폭풍이 지난 후 홀로 숨어있는 닭

오늘 새벽에도 닭소리에 뛰쳐나가 보니 왕따 당하는 그 닭이 얼마 전 토끼들이 바닥에 파 놓은 그 굴로 얼굴을 박고는 살려달라며 울고 있었다.     

괴롭히는 닭들을 쫓고서는 얼굴도 들지 못하고 겁에 질려있는 보랏빛 닭을 말없이 쳐다본다.


어쩌면 닭들의 세계에도 저렇게 왕따가 있을까.

하긴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들도 사람을 미워하고 무시하기 일수 인 걸. 마음이 씁쓸했다.

아무일 없단 듯이 유유적적 걸어가는 냉정한 무리들

어쩌면 우리도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지만 나보다 조금 못나 보이는 사람,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은근히 무시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닭처럼 왕따 시키고 머리를 쪼아대지는 않지만.

교육 받은 사람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걸어 다니고 교양 있는 말을 하지만.

때론 내가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을 못 본 척 지나가고 도움의 손길을 못 들은 척 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근사한 식당에서 한 끼 식사하는 것은 쉬워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건네는 건 왜 그리도 어색한지.

본이 아니게 우리는 그저 일주일 빨리 집에 자리를 잡은 별 것 다르지 않는 5마리의 닭들처럼.

조금 늦게 온 조금은 우리와 다른 약자들을 모른 척 무언의 행동으로 그들을 슬프게 한 후 뒤돌아서고 있지는 않는지......      

며칠 더 두고 본 뒤 그래도 그 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인에게 다시 돌려줄까 싶다.

그 닭을 위해 뭐라도 내가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전 14화 아이가 비건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