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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Sep 30. 2016

아기 새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삶이란 30분씩 몸을 움직여 가며 노력하는 것


밤새 폭우가 쏟아지더니 그날 아침은 더없이 맑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 학교에서 오는 길 가에 줄서 있는 아쇽 나무가 더 멋져 보였다.

아쇽 나무는 변신 쟁이 이다. 어떻게 이발 해 주는지에 따라 버섯이 되기도 하고 우산이 되기도 한다. 또 이 아쇽 나무에는 새들도 많이 살고 도마뱀도 많이 산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아쇽 나무는 보물 상자와 같다.

새와 도마뱀의 집이 되어주는 아쇽 나무

그날은 우리 집 뒤쪽 건물에 심어진 아쇽 나무들을 이발하는 날이었다. 징~ 하는 소리와 함께 길게 뻗은 나무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소리. 난 그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엄마! 엄마!” 벌써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나 보다.

“그래. 성민아. 시험은 잘 봤어?”

“엄마. 근데 있잖아요. 지금 저기 나무 다 자르고 있잖아요.”

“응. 아쇽 나무 이발해주는 것 같더라.”

“근데 빨리 가봐야 해요. 저기에 새들이 많이 살거든요. 새둥지도 많고요. 저번에 학교 쪽에서도 나무를 잘라서 둥지도 다 망가지고 그 안에 작은 새들도 다 죽었었어요. 나중에는 까마귀들이 와서 아기 새들을 잡아먹었다고 형들이 그랬어요.”

이발한 아쇽 나무. 난 긴 아쇽나무가 더 좋은데.

아이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집 뒤쪽으로 뛰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들은 작은 둥지 안에 꿈틀거리는 새 10마리를 가지고 왔다. 갓 알에서 나온 새부터 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 아기 새 까지. 꿈틀 거리는 것이 꼭 애벌레 같았다.

“성민아. 현민아. 이걸 어떻게 가져온 거야?”

“엄마. 알 몇 개는 벌써 부러지고 새끼 새들 중에 말라 죽거나 둥지가 떨어져서 죽은 애들도 많았어요. 우리가 얘네 들을 키워 줘야 해요. 안 그러면 다 죽어요.”

두 아이의 비장한 눈빛에 난 어쩔 수 없이 작은 바구니를 내 주었다. 둥지 안에 꿈틀 거리는 아기 새들. 정말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은 그렇게 아기 새들의 부모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찾아 본 영상을 통해 배운 대로 주사기에 통밀가루 물을 넣어서 주기 시작했다. 난 덩달아 한국에서 가져온 그 귀한 미숫가루 한 스푼도 넣었다. 영양을 듬뿍 먹고 자라야 할 것 같아서.

새끼 새들은 30분마다 한 번 씩 먹이를 먹어야 했다. 주사기를 가지고 아기 새들에게 다가가면 어떻게 알고서는 입을 벌리고 짹짹짹 울기 시작했다. “저 먼저요. 저 먼저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처음엔 눈도 뜨지 못한 발그스름한 아기 새들이 꼭 외계인 같기도 하고 새끼 쥐 같기도 해서 만지기도 힘들었었다. 그런데 자꾸 볼수록 살고자 움직이는 그 작은 아기 새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엄마를 잃은 것도, 집을 잃은 것도 모른 채 그저 자기들의 입에 들어오는 음식을 기다리며 입을 하늘로 벌리고 울어대는 아기 새들의 모습에서 살고자 발버둥 치는 그 작은 몸부림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산다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너희들은 입을 벌리고 있니?

아쇽 나무에서 가졌던 그 평화로움은 모두 깨져 버렸는데도 너희는 실망조차 하지 않는구나.

살기 위해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이는 구나.     

새들은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계속 살아남기 위해 입을 벌렸다.

이렇게 작은 새들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살기 위해 30분마다 온 몸을 움직여 가며 노력하는데

어쩌면 우린 너무 쉽게 좌절하고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적어도 30분마다 살기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하는데 말이다.


아이들이 시작한 작은 아기 새 고아원 덕분에 난 밤잠을 설쳐 가며 새들의 입에 먹이를 넣어 준다.

살기 위해 그들의 최선을 다하는 아기 새들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입을 뻥긋뻥긋 벌리며 배고프다고 소리 지르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난 오늘도 아기 새들의 엄마 노릇을 자청한다.

아기 새들아. 빨리 자라렴. 자라서 멋진 하늘도 구경하고 좋은 친구들도 만나렴.     


배가 부른 아기 새들도 그리고 하루 종일 뛰어 다니느라 피곤에 지친 두 아이도 어느새 잠이 들었다. 조용한 밤 아이들의 코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만 정겹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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