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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Sep 29. 2019

엄마 고양이 큐티파이의 모성애

캔디야. 라씨야. 건강하게 자라라

우리 집 고양이 큐티파이가 새끼를 낳았다.


저녁을 먹고 상을 치우는데 어디선가 낯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단숨에 바깥으로 달려갔고 그곳에는 큐티파이와 4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 집 차 트렁크였다.

자동차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집 베란다에 박스를 놓고 새끼들과 큐티파이를 넣어 두었다.

그날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는 축제날이었다. 한동안 키우던 고양이들이 집을 나가고 큐티파이와 나비 두 마리만 남아 있었는데 이제 가족이 더 늘어난 것이다.

큐티파이는 베테랑 엄마처럼 새끼 고양이를 핥아주며 돌보기 시작했다. 눈도 뜨지 않았던 아기 고양이들은 큐티파이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제 눈을 뜨기 시작할 무렵 그 사건이 있었다.


그날도 큐티파이가 잠시 나갔다 들어올 것을 생각해 문을 살짝 열어 두었었다. 큐티파이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젖을 주고 나면 바깥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당연히 밤중에 큐티파이가 들어와 아기 고양이들과 함께 잠을 자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다음날, 나는 새벽 줄넘기를 하러 나가던 참에 새끼 고양이들과 큐티파이를 보러 갔다. (나는 항상 자기 전과 아침 그리고 집을 나설 때 새끼 고양이들이 잘 지내는지 살펴보곤 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초록색 줄넘기를 들고 고양이 집 쪽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은 어디 가고 처참하게 죽어 있는 아기 고양이 한 마리만 보였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성민아. 현민아. 빨리 일어나 봐. 아기 고양이가 죽었어. 아기 고양이가 죽었다고.”

아이들은 자다 말고 고양이를 보러 나왔다. 새벽 5시였다.

아이들도 나도 할 말을 일었다. 큐티 파이를 위해 살짝 열어 두었던 문이 문제였을까.

아이들은 어제저녁쯤 개들이 여러 마리 우리 집 근처를 서성거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제저녁 낯선 검은 고양이를 집 근처에서 본 기억이 났다.

인도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아주 많다. 그래서 딱히 어떤 개가 우리 고양이를 공격했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전부터 수컷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인도인들에게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죽었다는 것과 나머지 3마리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나는 새벽 줄넘기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잠을 자지 못했다. 사랑스러웠던 아기 고양이들을 잃었다는 그 슬픔이 우리를 모두 감쌌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쯤 아이들이 소리쳤다.

“엄마. 큐티파이가 왔어요.”

“그래? 큐티파이가 자기 새끼들이 죽은 것을 알까? 얘들아. 큐티파이에게 저 새끼를 보여주지 말자. 너무 슬퍼할 것 같아.”

그러자 성민이가 말했다.

“아니에요. 엄마. 보여줘야 해요. 그래도 엄마니까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성민이는 큐티파이를 안아서 죽은 새끼 고양이가 있는 박스에 넣어 주었다.

큐티파이는 죽은 새끼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박스를 나왔다. 꼭 이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는 부엌 가까이에 누워 있는 큐티파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나 아프니. 얼마나 속상할까. 큐티파이 힘내.’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로 바빴고 나는 상을 치우고 있었다. 그런데 뒷문에서 익숙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아무래도 새끼 고양이가 이쪽에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은 새끼 고양이라는 말에 단숨에 달려왔다. 좀 전에 내가 들은 고양이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문 가까이에 있는 냉장고며 박스들이며 다 들여다보았지만 아기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또 뒷문 쪽이었다.

나는 뒤쪽 베란다를 체크하고 베란다 옆에 있는 닭장 안을 살펴보았다. 사실 닭장이라고 해봤자 닭이 없고 재활용품들만 가득 있는 곳이었다.

닭장에도 없나 보다 하고 돌아서려 할 때쯤 전자피아노 박스 그 크고 긴 박스 안에서 다시 고양이의 소리가 났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였다.

“얘들아. 찾았다. 고양이. 찾았어. 2마리가 여기 있어.”

몇번이고 집을 옮기던 큐티파이...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큐티파이가 새끼들을 물어서 다른 박스에다 가져다 놓은 적이 있었다. 고양이들은 자주 새끼들을 물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시킨다고 한다. 전에 키우던 릴로도 여러 번 새끼들의 집을 바꾸곤 했었다.  어쩌면 그날 저녁도 뭔가 불안함을 느낀 큐티파이가 새끼를 물어서 닭장 안 속에 아주 큰 박스 안에 새끼를 숨겨 두었던 것이다. 물론 그 사이 두 마리 고양이는 무엇엔가 공격을 당했을 것이다. 네 마리 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살아 있는 두 마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큐티파이에게는 특별한 센스가 있었던 걸까. 우리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큐티파이는 새끼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무럭 무럭 자라라

아이들은 두 고양이를 지킨 큐티파이를 만지며 이야기했다.

“고마워. 큐티파이. 너무 잘했어. 정말 고마워.”

아이들은 살아남은 두 고양이에게 ‘캔디’와 ‘라씨’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엄마. 이 남은 고양이들은 정말 잘 키워야 해요. 꼭이요."

"그래. 진짜 잘 키우자."

캔디와 라씨야. 건강하게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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