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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Oct 09. 2019

도마뱀을 정말로 사랑하게 된 너

물왕도마뱀은 자연에서 살아야 해요

점심을 먹고 리코더 교실을 위해 악보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에 현민이가 달려왔다.

“엄마. 빨리 와 봐요. 물왕도마뱀! 물왕도마뱀 큰 거 연못 옆에서 찾았어요.”

나는 물왕도마뱀이라는 소리에 단숨에 집 가까이에 있는 연못에 달려갔다.

“엄마. 여기 돌 아래쪽 봐요. 아래쪽.”

정말 돌 아래쪽에는 물왕도마뱀의 꼬리 부분이 보였다. 그것도 꽤나 큰 도마뱀이었다.


물왕도마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년 전쯤이었다. 우리가 키우던 고양이 릴로가 어렸을 적이었다. 릴로와 집 밖에서 놀고 있던 성민이는 특이하게 생긴 도마뱀이 릴로와 싸우고 있는 것을 봤다. 도마뱀처럼 생겼는데 혓바닥이 뱀 혓바닥이었다. 성민이는 릴로가 도마뱀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고양이를 다른 데로 보내고 물왕도마뱀을 잡았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인도에 있는 도마뱀들은 자주 잡아왔었기 때문에 성민이에게 도마뱀 잡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도마뱀이 우리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내가 그 물왕도마뱀을 키우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징그러운 도마뱀의 피부와 그 날름거리는 뱀 혀를 볼 때마다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성민이는 완고했다. 마침 그때 이웃 주민이 이사 가면서 아주 길고 큰 어항을 주었기 때문에 그곳에 도마뱀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물왕도마뱀은 성민이의 최고 애완동물이 되었다. 학교 갔다가도 쉬는 시간이면 달려와서 메뚜기를 잡아주고 집에서 생쥐가 나오는 날이면 생쥐를 생포해서 도마뱀에게 특별식으로 주고. 그렇게 2년을 키웠다. 성민이도 물왕도마뱀을 좋아했고 물왕도마뱀도 성민이의 돌봐줌이 익숙해졌을 때였나 보다.


겨울이면 물왕도마뱀은 동면을 취한다. 첫 해에도 추운 날씨가 되자 아이가 만들어준 흙 밑으로 들어가 한 달 넘게 잠을 자고 나왔었다. 인도이지만 이곳 날씨는 파카를 입을 정도로 추운 겨울이 있다. 물론 한국처럼 눈이 내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인도 사람들에게도 인도 동물들에게도 겨울이라 느껴질 만큼 추운 것 같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도 성민이는 도마뱀이 잠들기 전에 도마뱀이 먹을 수 있는 만큼 많은 음식을 먹이고 흙을 깔아주었다. 하지만 도마뱀은 동면이 끝나도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깨지 않는 잠에 들었다.


아이가 2년간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도마뱀이라 하룻밤을 울어댔다. 자기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도마뱀의 사진들을 보고 울고 또 울었다. 나는 성민이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아이의 등을 토닥여 줄 뿐이었다.


“와~ 물왕도마뱀 나왔다.” 인도 친구들과 우리 가족은 모두 성민이를 보고 있었다.

성민이가 키우던 물왕도마뱀 보다도 몇 배는 더 커 보이는 물왕도마뱀이 성민이의 품에 안겨 있었다. 성민이는 물왕도마뱀을 구경하고 있는 인도 친구들에게 도마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네가 행복해 하니까 나도 행복하다.

“이 물왕도마뱀은 제가 키우던 것보다 훨씬 큰 것 같아요. 이건 일반 도마뱀도 잡아먹어요. 개구리도 잡아먹고.......”

나는 너무나 행복해하는 성민이를 보면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저 큰 물왕도마뱀을 집에서 키운다고 하면 어떡하지? 아 안 되는데.’

모두가 물왕도마뱀을 잡아 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참 도마뱀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을 때 누군가 성민이에게 말했다.

“성민아. 너 그 도마뱀 집에서 키울 거야?”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나는 알았다. 분명 성민이는 이 큰 물왕도마뱀을 키우려 할 것이라는 것을.


“아니요. 물왕도마뱀은 자연에서 살아야 해요. 저번에 이것보다 더 큰 도마뱀을 저쪽에서 사람들이 잡았는데 잡아먹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이 도마뱀은 최대한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해요.”


나는 성민이의 얼굴을 봤다. 성민이는 자라고 있었다. 아이는 이별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법을 아이는 배우고 있었다.

리코더 교실이 마치고 돌아오자 성민이는 아까 물왕도마뱀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속 성민이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꼭 그렇게 그리워하던 물왕도마뱀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성민이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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