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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Oct 09. 2019

사랑새의 애절한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이들과 함께 사랑 새 두 마리를 사왔다. 아이들이 내 생일 선물로 샀다고 했지만 사실 그전부터 아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새였다. 많은 새들 중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초록색깔의 사랑 새 두 마리였다.

사랑 새는 집에 와서도 정말 활발하게 움직였다. 서로의 몸을 다듬어 주기도 하고 예쁘게 소리 내 울기도 했다. 방안에 있는 사랑 새를 보기만 해도 사랑이 넘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고양이 3마리도 함께 산다. 그래서 아무리 문을 닫아 놓는다고 해도 실수로 안방 문을 열게 되면 고양이가 금세 들어가 새들을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앵무새 두 마리가 사는 큰 새장 안에 사랑 새의 작은 집을 넣어 놓기로 했다.(앵무새의 새장은 거의 우리 방 반만큼 크다.) 며칠은 아주 좋아 보였다. 앵무새가 사랑 새 집 가까이 와서 이곳저곳을 살피긴 했지만 철장으로 만들어진 새장 안에 사랑 새가 있었기 때문에 앵무새가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손님이 와서 요리를 하고 있는데 성민이가 달려와서 이야기 했다.

“엄마. 앵무새가 사랑 새 부리를 잘라 버렸어요. 다리도 약간 물은 것 같고요.”

“어떻게? 사랑 새는 새장 안에 있었잖니?”

“아무래도 사랑 새가 끝 쪽에 앉아 있을 때 물은 것 같아요.”

나는 성민이가 들고 온 사랑 새 새장을 봤다. 두 사랑 새 중 한 마리가 부리가 부러져 있었다. 다행히 새는 괜찮아 보였다. 성민이는 발에 조금 난 상처를 치료해 주고 방안에다 새를 넣어 놨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부리가 부러졌던 사랑 새는 결국 죽고 말았다. 아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예상했었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딱딱해 진 새를 잠시 새장 밖에 빼 놨다. 이제는 죽은 새 보다도 남아 있는 한 마리 새가 더 걱정 되었다. 밥과 물을 주는데 남은 사랑 새가 종종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우는 것이다. 난 조금 있다가 치우겠다고 했던 죽은 새가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남은 사랑 새는 앞에 있는 자신의 파트너를 보며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꼭 ‘나를 그녀에게 데려다 주세요.’ 라며 애원하는 모습 같았다.  


그렇게 남은 사랑 새는 하루 종일 죽은 사랑 새를 찾았다. 모두가 잠든 밤 사랑 새는 쉬지 않고 울고 움직이고 있었다. 죽은 사랑 새가 보고 싶어서 이었는지 외로워서 이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나는 그 사랑 새가 너무 슬퍼 보여 내 손을 넣어 꼭 품어 주었다. 밤이면 항상 꼭 기대고 잠이 들던 사랑 새 커플이었기에. 

바쁘게 움직이며 울던 사랑 새는 내 손에 서 한참을 기대어 있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잠이 깼을 때는 남아 있던 사랑 새도 이미 죽은 후였다. 

아이들도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 사랑 새가 너무 슬퍼서 죽었나 봐요.” 성민이는 눈물을 훔치며 누워 있는 새를 바라봤다.

“그래서 사랑 새라고 부르나 보다. 너무너무 사랑해서 말이야.” 나는 아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이 새들이 어떻게 사랑을 알까. 나는 사랑 새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새들도 아는 이 사랑을 나는 얼마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하니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졌다. 작은 새들의 사랑이 아련하게 내게 다가왔다. 

텅 빈 새장을 볼 때 마다 아니 죽은 자신의 파트너를 보며 아등바등 울어대던 새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할 때 마다 나는 내 사랑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항상 옆에 있어서 때로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내 사랑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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