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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Oct 08. 2019

온기를 느끼고 싶어요

나도 따뜻한 온기가 좋다

아기 고양이 라씨와 캔디가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커서 자기들끼리 장난도 치고 신나게 달려가다 속도 조절을 못해 어디엔가 쿵 하고 박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날카로운 발톱을 사용할 줄 몰라 우리 가족 손과 발에 작은 상처들을 내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발톱을 살짝 내밀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법을 배웠다. 나는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 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앞치마를 둘렀다.  사실 나는 설거지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히 저녁 식사 후에 몸이 피곤하기라도 할 때면 저녁 식사 후 잔뜩 쌓여 있는 싱크대 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다행히 그날 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노래를 흥얼거려가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내 다리를 찌른다.

"앗 따가워"

 라씨였다. 라씨가 설거지하는 내 옆에서 자기와 놀아달라고 내 다리에 매달린 것이었다.

“미안. 내가 지금은 설거지를 해야 해서 조금 있다 놀아줄게.”

나는 다시 퐁퐁이 묻은 수세미를 가지고 그릇들을 씻었다. 내게 몇 차례 놀아달라고 매달리던 라씨가 어느새 조용해졌다. 이제 포기했겠지 하고 생각했을 때였다. 갑자기 내 발 위에 따뜻한 기온이 돈다. 라씨였다.

라씨는 설거지하는 내 발 위에 위에서 아예 잠이 들었다.

아기 고양이들은 그랬다. 발매트가 있고 자기 집에 내 폭신한 겨울 옷이 깔려 있는데도 우리 가족의 무릎에서 자기를 좋아했다. 막내 현민이가 공부하다 말고 졸린다고 바닥에 누워 있기라도 하면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은 곧바로 현민이의 배 위에 올라가곤 했다.

나는 그릇을 씻다 말고 한참을 바라봤다. 설거지를 하느라 움직이는 내 몸의 요동이 분명히 라씨에게도 전달될 것인데 라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르렁 거리며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따듯했던 온기를 기억해봤다.

나는 어렸을 적 자주 체했다. 그때마다 내 배를 마사지해 주던 엄마의 손이 기억났다.

엄마는 내 배를 문지르며 이야기했다. "도대체 누구 배에서 나와 가지고 이래 자꾸 아프노."

퉁명하게 내뱉는 엄마의 말과는 다르게 엄마의 손은 너무도 따뜻해서 아팠던 배가 금세라도 나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엄마의 따뜻한 온기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다. 꼭 설거지하는 나의 움직임도 못 느끼고 곤히 잠든 라씨처럼.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설거지를 마쳤다. 젖은 손을 앞치마에 쓱 닦고서는 몸을 구부렸다. 잠이 든 라씨를 내 품에 안았다.   

'너도 따뜻한 온기가 좋은 거니? 나도.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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