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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Sep 24. 2019

아이가 비건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나쁜 말 하나에 계란 하나

성민이가 내게 왔다.

“엄마. 나 비건이 되기로 했어요.”

“뭐라고? 비건? 우유, 계란을 안 먹겠다고?”

“네. 엄마. 닭들이 너무 불쌍하잖아요.”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성민이는 예전부터 계란을 즐겨 먹지 않았었다. 

물론 남편과 내가 아이에게 무정란은 괜찮다고 또 계란은 아직 생명이 없는 거라고 설득을 시키긴 했지만 결국은 아이는 비건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가족은 채식을 한다. 남편이 어렸을 때부터 채식을 하고 자라왔고 나는 결혼 하고도 고기를 조금 섭취 하였으나 인도에 오고 몇 년 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사실 내가 채식을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닭의 목을 비트는 행위를 보고나서 부터였다. 내 입을 즐겁게 하려면 그 닭의 목이 비틀어지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으니 차라리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래도 계란을 먹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었는데 아들이 계란도 안 먹겠다고 이야기 하니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아이의 비건 선언은 신앙의 문제도 아니었고 건강의 문제도 아니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그 마음하나로 결정한 것이었다. 

“성민아. 달걀은 완전식품이라고도 하는 거야. 그래도 다른 건 안 먹어도 달걀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성민이의 마음은 확고했다. 그렇게 성민이는 계란과 우유를 안 먹기 시작했다. 13살 성민이에게 계란과 우유를 먹지 않는 다는 것은 좋아하는 케잌을 먹지 못하고 가끔 한국을 생나게 하는 피자를 먹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인도의 그 맛있는 주스 라씨도 마시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은 확고했다. 


성민이는 지인들과 외식을 할 때에도 또 집에서도 계란과 우유를 먹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도 함께 비건이 되기를 바랬다. 우유는 먹더라도 적어도 계란은 먹지 않기를 바랐다. 남편은 아이의 간절한 바람에 함께 계란을 먹지 않기로 했고 나는 조건을 걸었다. 왜냐면 나는 계란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가가 필요했다. 

“엄마가 계란을 안 먹는 대신에 성민이는 우유를 먹기로 해. 지금은 자라는 시기이니까. 네가 성인이 되면 그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되. 그러면 우리는 우유만 먹는 비건이 되는 거겠지. 그리고 네가 나쁜 말이나 부정적인 말을 사용할 때 마다 엄마가 계란 하나씩 먹기로 하는 거야.” 

사실 이 제안은 남편이 했다. 성민이는 자주 동생에게 나쁜 말을 사용했다. 나쁜 말이라고 하면 욕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말들과 필요없는 불평 등을 의미한다. 아마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의 전형적인 현상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게 성민이는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기로 했고 나는 계란을 먹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막내를 제외한 우리 셋은 우유만 먹는 비건이 되기로 했다. 


나는 성민이를 보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낀다. 

아이가 계란을 먹지 않겠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존중한다. 이제 아이에게도 자신의 생각이 생기고 가치관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이니까. 


“야! 현민아. 이런 생각도 없는 녀석!” 성민이다. 현민이랑 또 다투나보다.

“그래. 성민이 나쁜 말했지? 앗싸! 계란 하나.” 

나는 계란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표정을 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성민이가 부정적인 말을 좀 해 줬으면 좋겠다. 계란 좀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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