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이거늘...
“엄마. 올해는 너무 안 좋은 해예요.”
“응 현민아. 왜?”
“왜냐면 이제 다이아몬드 디디(누나라는 힌디어)도 집에 가고 마실라 디디(누나)는 벌써 집에 갔잖아요. 모두 가잖아요.”
“그러게. 진짜 그렇네.”
나는 딱히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현민이가 말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속에서 다이아몬드를 보내는 마음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차밭에서 일하던 마실라는 일 년 전 우리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엄마가 정신적으로 약해지면서 마실라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마실라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방에 지내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올해 초 엄마가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급하게 고향 엄마 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엄마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 그곳에 지내면서 엄마를 간호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간 마실라는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마실라가 이겨나가야 할 그 아이의 삶이었다.
까만 피부를 가진, 조금 거친 말투를 가져서 사랑 표현이 서툴렀던 마실라.
마실라와의 이별 역시 내 마음 한 구석을 슬프게 만들었다.
다이아몬드는 23살이다. 엄마의 반대로 공부를 마치지 못했던 다이아몬드는 2년 전 우리 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수능시험을 마쳤다.
이제 시험 결과를 보고 대학을 가야 하는 시기.
다이아몬드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지만 함께 2년을 지낸 우리에게는 사랑스러운 딸을 보내야 하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시간이다.
특별히 현민이는 다이아몬드를 참 좋아했다. 빵을 사러 갈 때도 다이아몬드 누나와 함께 가고 집에서 공부할 때도 꼭 누나 방에서 공부했다.(사실 누나를 방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디를 갈 때도 함께 다니던 현민이와 다이아몬드를 우리는 닮은꼴 남매라고 놀리기도 했다. 그런 다이아몬드가 이제는 대학에 입학하고 우리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현민이에게는 아주 슬프게 다가왔으리라.
저녁을 준비하는데 다이아몬드가 왔다. 수능을 마친 다이아몬드의 얼굴은 한결 밝아 보였다.
“다이아몬드야. 시험 잘 친 것 같아?”
“모르겠어요. 마지막 시험에서는 여학생 두 명이나 울면서 시험을 쳤어요. 그만큼 어려웠다는 말이겠죠.”
“오늘도 현민이가 다이아몬드 디디가 가니까 너무 슬프다고 이야기하더라.”
“저도요. 저도 너무 슬퍼요. 여기서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난 저녁 준비에 분주한 내 손을 잠시 멈추고 다이아몬드를 바라봤다.
“다이아몬드야. 너 같이 착한 딸을 또 만나지 못할 거야.”
“저도 맘(Ma’am) 가족을 잊지 못할 거예요. 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정말 맘의 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난 다이아몬드를 보며 이야기했다.
“무슨 소리야. 넌 벌써 우리의 딸인걸. 다이아몬드 없는 집을 상상할 수가 없는데.”
다이아몬드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그랬다. 이미 다이아몬드와 나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난 다는 것. 특히나 마음 통하는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 주어지는 큰 선물이다.
마실라와 다이아몬드가 그랬다. 둘 다 불행했고 힘들었고 더 이상 갈 길이 없어서 우리 집을 찾게 된 것이었지만 그 만남은 마실라와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가끔 큰 아이 성민이가 자기 방이 없어진 것에 대해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성민이도 방이 뺏긴 것보다도 더 좋은 추억들을 누나들과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0살짜리 현민이는 요즘 다이아몬드 누나를 자주 안아준다. 며칠 후면 집을 떠나는 누나에게 현민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난 다이아몬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때로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다이아몬드를 제대로 안아 준 적이 없었다. 어쩌면 어린 현민이가 더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다이아몬드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그녀를 안아 주려고 한다.
서운한 마음 그리워질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다 넣어서 아주 꽉 안아 줄 것이다.
내 마음들이 다이아몬드의 마음에 깊이 박힐 수 있도록.
이별은 여러 번 해보아도 여전히 서툴다.